5. 조계 근원 / 덕소 (德韶) 국사
천태산 (天台山) 덕소 (德韶:891~972, 법안종) 국사는 처주 (處州) 용천 (龍泉) 사람이
다. 구족계를 받고 나서 매서운 의지로 선지식을 찾아 도를 물었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조산 (曹山) 에 와서는 대중에 묻혀 살았는데, 한번은 한 스님이 법안 (法眼) 스님께 묻는
이야기를 들었다.
ꡒ하루 스물 네 시간을 어떻게 하면 단박에 온갖 인연을 쉴 수 있겠습니까?"
법안스님이 말씀하셨다.
ꡒ공 (空) 이 그대에게 인연을 맺더냐, 색 (色) 이 그대에게 인연을 맺더냐? 공이 인연을 맺
는다고 한다면 공이란 본래 인연이 없는 것이다. 색이 인연을 맺는다고 한다면 색과 마음은
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일상생활에 어떤 물건이 그대에게 인연을 맺는다는 말이냐?"
덕소스님은 그 말을 듣고 머리끝이 쭈해지며 느낀 바가 있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또다
시 어떤 선객이 물었다.
ꡒ무엇이 조계 (曹溪) 근원의 물 한 방울입니까?"
법안스님이 말씀하셨다.
ꡒ이것이 조계 근원의 물 한 방울이로구나."
덕소스님은 듣고서 확실히 깨쳤다. 법안스님께서 ꡒ그대는 앞으로 우리 종지를 널리 펼 사
람이니 이곳에 지체하지 말라" 하시므로 마침내 천태산을 돌아다니시다가 그곳이 좋아 그곳
에서 생애를 마칠 생각을 가졌다.
당시 오월 (吳越) 의 충의왕 (忠懿王) 이 왕자의 신분으로 태주 자사 (台州史) 로 있었다.
그는 스님의 높은 명성을 듣고 한번은 사람을 보내 스님을 맞이하여 제자의 예를 올렸다.
왕은 어느 날 밤 어떤 사람에게 목이 잘리는 꿈을 꾸었는데 놀람과 의심이 풀리지 않아 마
침내 스님께 해몽을 부탁하였다. 스님은 비상한 꿈이라면서, 주 (主) 자에서 점 하나를 없앴
으니 곧 왕이 될 것이라고 하자, 왕은 과연 말씀같이 된다면 부처님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하였다. 건우 원년 (乾祐元年:948) , 충의왕은 임금자리를 물려받고 스님을 높이 받들어 국
사로 모셨다.
당시 회창 (會昌) 의 법난 (845) 때문에 천태 지자 (天台智者) 대사의 교법이, 큰스님들은
빛을 감추고 저술들도 대부분 해동 (海東:고려) 으로 흘러갔었다. 나계 의적 (螺溪義寂:919~
987, 천태종 중흥조) 법사가 앞으로 불법을 들을 수 없게 됨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여 힘써
모아 보았으나 우선 금화사 (金華寺) 장경각에서 「유마경의소 (維摩脛義疏)」 한 질을 찾
았을 뿐이었다. 그 뒤 충의왕이 불경을 읽다가 내용 〔敎相〕 에 막혀 스님께 법문을 청하
였다. 스님께서는 의적을 천태종의 종지에 훤히 통한 사람이라 칭찬하니 왕이 마침내 의적
스님을 불러 강원을 세웠다. 왕이 기뻐하여 특별히 열 사람의 사신을 바다 건너 파견하여
경전을 베껴 돌아오게 하였다. 그리하여 불법이 다시 일어나 지금까지 땅에 떨어지지 않으
니, 그것은 덕소스님과 의적스님의 덕택이라 하겠다.
개보 (開寶) 4년 (972) 6월 28일 천태산 (天台山) 화정봉 (華頂峯) 에서 입적하셨는데, 이
날 밤 별이 땅에 떨어지고 하늘에서 큰 눈이 내렸다. 스님께서 열반하실 때 보인 신비한 징
조는 이루 다 기록할 수 없으며, 법등 (法燈:?~974) 선사의 「행업 (行業)」 등 글에 자세
하게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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