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무상 (無相:684~762) 선사가 예불하고 대중에게 법문하였다.
ꡒ그대들은 진흙부처를 보았다 하면 절구에 쌀을 찧듯 절만 하고 아무 생각도 해보지 않으
니, 자기 몸에 부처님이 한 분씩 있는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 허공을 타고온 많은 석가와
관음이 밤낮으로 그대들의 육근에서 빛을 내뿜고 땅을 흔든다. 거닐고 서고 앉고 눕고 하는
사이에 언제나 함께 드나들면서 실오라기만큼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데, 어째서 이 부처님
에게 예불드리고 배우지 않고 도리어 흙덩이한테 가서 살길을 찾고 있느냐. 그대들이 이 부
처님에게 예불드릴 수 있다면 그것은 자기 마음에 예불드리는 것이다. 그대들 마음이 비록
뒤바뀐 헛된 마음이라 해도 그것은 본디부터 지금까지 넓고 깨끗하다. 그러므로 미혹하다
하나 한번도 미혹한 일이 없었고, 깨달았다 하나 한번도 깨달은 일이 없어 부처님보다 조금
도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다만 바깥경계에 탐착하여 생멸과 미오 (迷悟) 가 있게 되었으니,
만일 한 생각에 회광반조할 수 있다면 모든 부처님과 같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옛스님은 말
하였다.
부처가 자기 마음에 있는데도 사람들은 밖에서 찾고 있네. 값을 칠 수 없는 보배를 속에 지
니고도 일생을 쉴 줄 모르네.'
또 화엄수 (華嚴遂) 법사의 말씀을 듣지 못했는가.
내가 마음이 본래 성품임을 깨닫고 나니 지금의 모든 수행과 동정 (動靜) 이 본래 성품과
부합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렇게 수행 〔道〕 과 이치 〔理〕 가 부합하는 까닭에 종일토
록 예불해도 예불한다는 생각을 내지 않고 종일토록 염불해도 염불한다는 생각을 내지 않는
다.'
자, 말해 보아라. 화엄스님은 어떻게 이것을 알아냈겠는가? 마치 선재동자 (善財童子) 가 비
로자나 누각에 들어가 불가사의하고 자재한 경계를 깨친 것과 같다. 선재동자는 마지막 경
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ꡐ나는 110성 (城) 을 돌아다니며 53선지식을 찾아뵈었다. 그러면서 갖가지 경계를 보고 온
갖 법문을 들어보았으나 모두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꿈속에서 온갖 일을 보지만 꿈을
깨고 나서야 그것이 꿈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과 같다.'
도력 높은 선사들과 선재동자는 비록 꿈속에서는 소소영영함을 얻었지만 여전히 오음 (五
陰) 경계에 떨어져 있다. 만일 정수리에 눈이 있고 팔꿈치에 부적이 있다면 석가와 미륵도
마른 똥막대이고 문수 보현도 땅에 가득 찬 범부일 뿐이다. 또한 진여와 열반도 나귀 매는
말뚝이고 일대장경도 고름 닦는 종이니, 무슨 들어갈 누각이 있고 깨칠 경계가 있겠는가. 혹
이렇게 못한다면 남의 꿈 속에서 한번이고 두번이고 절해야 할 것이다."
「통행록 (通行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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