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청소하는 눈 먼 수좌 / 나한사(羅漢寺) 증(證)수좌
안산(雁山) 나한사(羅漢寺)의 증(證)수좌는 눈은 멀었지만 도안(道眼)은 명백하였다. 그는 아침마다 마당쓰는 것으로 불사를 삼았는데 한 스님이 물었다.
”이 한조각 땅뙈기를 말끔히 쓸었는가?”
증수좌가 빗자루를 세워 보였다. 또 다른 스님이 물었다.
”진짜 깨끗한 곳은 본디 한점 티끌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청소를 하는가?”
또다시 증수좌는 빗자루를 세워 보였다.
요청(樂淸) 지방에 구우산(九牛山)이라는 산이 있는데 증수좌는 이 산에 대하여 게송을 읊었다.
너덧 봉우리 무리를 이룬 지 몇 해던고
봄 가을 겪어오며 바람과 아지랑이로 배불렸네
맑은 연못 물을 언제 한번 마셔볼까
푸른 들판 갈지 않은 채 긴 잠에 취해 있네
낱낱의 발꿈치를 모두 땅에 붙이고서
하나하나 콧구멍은 먼 하늘에 솟아있네
보통 천봉의 정상에 서 있으니
온누리 사람 온다한들 어떻게 끌고갈까.
四五成群知幾年 春來秋去飽風煙
淸池有水何曾飮 綠埜不耕長自眠
個個脚跟皆點地 頭頭鼻孔盡撩天
尋常只在千峰頂 大地人來作麽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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