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자택사(紫택寺) 창고지기 방 벽에 써 붙인 글
혼원(混源)스님이 자택사(紫택寺)에 주지할 때였다. 고사(庫司:창고 관리업무)가 거처하는 방의 벽 위에 벽기(璧記)를 쓰고 다시 그 끝에 덧붙였다.
물 한 방울 쌀 한 톨도
대중에게 속하는 물건이니
사람마음 즐겁게 하도록 힘쓰라
없는 살림 지탱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털 쓰고 뿔 돋힌 짐승의 업보를 생각해 보라
오랜 세월이 흐르다보면
인과에 밝은 사람이 나와
다행히 이 이치를 알게 될 것이다.
滴水粒米 盡屬衆僧
務悅人情 理難支破
當思披毛戴角 歲月久長
明因果人 幸宜知悉
스님의 글씨는 오랜 세월에 퇴색되어 거의 마멸되었는데 뒤에 일산(一山)스님이 그 자리를 이어 벽을 다시 단장하고 직접 이 글을 써서 지금까지도 전해오고 있다. 오로지 잇끝만을 도모하는 자는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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