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귀원(歸源)스님의 문하
귀원(歸源)스님이 천복사(薦福寺)의 주지로 있을 때, 어느 날 저녁 문하의 스님들과 차를 마시면서 소동파(蘇東坡)가 장산사(蔣山寺)의 불혜 천(佛惠泉)스님을 방문하였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천스님이 소동파에게 물었다.
”선비는 성씨가 무엇이요?”
”저울(秤)이요.”
”무슨 저울?”
”천하 노스님의 혓바닥을 재는 저울이요.”
이에 천스님께서 악!하고 할을 한 뒤,
”이 할은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말해보라”고 하니 동파가 말이 없었다.
귀원스님은 스님들에게 각기 소동파를 대신하여 한마디 해보라고 하였다. 당시엔 대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오로지 원(源)장주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촛불을 껐고 일(一)시자가 한 차례 기침소리를 내니 스님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였다.
”원장주는 촛불을 끄고 일시자는 한 차례 기침소리를 냈겠다!”
이 말에 뒤이어 정(定)장주는 스님께서 한마디 해달라고 청하니 스님이 말하였다.
”아마 네가 한다해도 이 범주를 넘지 못할 것이다.”
원장주는 뒷날 온주(溫州) 수창사(壽昌寺)의 별원(別源)스님이었으며 일시자는 명주(明州) 천동사(天童寺)의 요당(了堂)스님으로서 두 사람 모두가 귀원스님의 법통을 이었으며 정장주는 바로 대자사(大慈寺)의 천우(天宇)스님으로 축서(竺西)스님의 문하에 있었다.
원 지정(元 至正:1341~1367) 연간에 강제(江:江省) 행성(行省)의 승상 달세철목이공(達世鐵穆爾公)이 선정원(宣政院)일을 겸직하였는데 행성(行省)의 일을 발표하면서 스님에게 두번이나 격문을 보내 천동사와 경산사의 주지로 삼으려 하였지만 스님은 모두 늙고 병들었다는 핑계로 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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