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인과를 경시한 업보 / 경산사 혜주(惠洲)스님
경산사의 제점(提點)을 맡은 혜주(惠洲)스님은 호암(虎岩)스님의 문도로서 매우 총명하여 일처리를 잘하는 재간을 지녔다.
그는 절 일을 맡아본 30여 년 동안 금전과 양곡을 멋대로 썼다.
누군가 인과응보로 충고하면 그는 “가득히 실려오는 뿔달린 축생 가운데 나는 뿔 한 쌍만 달면 되지!”라고 빈정거렸다.
지정(至正:1341~1367) 초에 고납린(高納麟)이 선정원(宣政院)의 사무를 맡게 되자 그의 아랫사람인 정가(淨珂)스님은 그의 비행을 낱낱이 기록하여 고발하였다.
이에 그의 죄상이 드러나자 곤장을 쳐서 환속시켰다.
그후 화성원(化城院)에 숨어 살다가 풍증을 앓아 주먹은 마치 고슴도치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오므라들고,
두 손을 꼭 쥔 채 양 볼을 감싸안고 두 다리는 엉덩이 뒤에 바싹 붙였다.
그의 병을 간호하는 자가 펼치려 하면 아픔을 참지 못하였으며 밤낮으로 신음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이처럼 3년을 지내다가 드디어 죽었던 것이다.
혜주는 평소 가벼운 마음으로 사무를 처리하고 인과를 경시하여 결국 “수많이 실려오는 뿔달린 축생 가운데 나는 뿔 한 쌍만 달면 되지.”하던 말같이 되었다.
내 생각으로는 삼도(三途)의 업보 가운데 오랜 세월이 흐르다보면 한 마리 짐승으로 태어나 짐승으로 가는 동안 무량겁에 이르도록 줄곧 뿔을 달고 태어날 것이다.
어찌 한 생에 그치겠는가.
모든 사찰의 재물을 관리하는 자들은 혜주의 전례를 거울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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