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61. 혼례식날 도망가서 출가하다 / 영 고목(榮奇木)

通達無我法者 2008. 3. 7. 08:44
 

 

 

61. 혼례식날 도망가서 출가하다 / 영 고목(榮奇木)


영 고목(榮奇木)스님은 은성(鄞城)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채식을 하고 법화경을 계속 읽어오다가 출가를 청하니 부모가 허락하지 않고 어거지로 결혼을 시키려 하였다. 혼례를 치루던 저녁, 스님은 도망가서 차가운 눈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거의 죽게 되었는데 그의 외가 형 육씨(陸氏)가 옷을 벗어 입혀준 후 부축하고 돌아와 더운 물로 몸을 녹이고서야 소생하였다.

맨처음 해회사(海會寺) 매봉 수(梅峰壽)스님을 모시다가 다음에 정자사(淨慈寺)의 동서 해(東嶼海)스님을 찾아뵙고 삭발하였다. 구족계를 받은 후엔 맑은 정신으로 참선을 하며 끊임없이 분발하여 중봉 단애(中峯斷崖)․포납 대량(布衲大梁)․무방 고림(無方古林) 등 여러 큰스님을 두루 찾아뵙고 예를 다해 법을 물어 그들의 가르침을 크게 받았다. 설창(雪窓)스님이 육왕사의 주지로 있을 무렵 스님의 계행이 엄숙하고 안목이 진실함을 존중하여 특별히 제2수좌로 초청하였다.

지정(至正) 정유(1357)년, 대중의 여망을 따라 해회사(海會寺)에서 개법하니 승속이 모두 그를 믿고 추앙하였고, 이에 힘입어 사찰이 흥성하게 되었다.

금조(今朝) 홍무 4년(1371)에는 서울 [京師] 에 가서 종산법회(鍾山法會)에 참여하였고 다음 해에 동쪽 지방으로 돌아왔다. 또 그 다음해에 은성의 거교암(車橋菴)에서 입적하였는데 널에 넣은 지 7일이 지나도록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다. 향년 73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