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隋)나라 부상(富上)스님은 익주(益州) 정덕사(淨德寺)에 머물고 있었다. 스님은 큰 삿갓을 길 옆에 걸어놓고 그 아래 앉아서 경전을 읽었다. 사람들이 왕래하여도 시주하라고 권하지도 않았으며, 혹 시주자가 있다 해도 특별히 축원해 주지도 않았다. 길에 다니는 사람이 없어 조용하였으므로 여러 해 동안을 지나도 모아 놓은 것이 없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성의 서북쪽에는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니 보시가 많을 것인데 어찌하여 여기에 계십니까?”
하니, 스님이 답하기를,
“한두 푼이면 한 몸 살아가기에 충분한데 많은 돈이 무엇에 필요하겠는가?”
라고 하였다.
능주자사(陵州刺史) 조중서(趙仲舒)는 3대째나 내려오는 탐혹한 관리였다. 그는 신심이나 존경심이 없었기에 스님의 소문을 듣고 일부러 가서 시험하였다. 말을 타고 스님 앞을 지나면서 거짓으로 돈꾸러미를 떨어뜨렸으나 부상스님은 태연자약하게 독경을 하며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 멀리 가 있다가 조중서가 사람을 보내 돈을 집어오게 할 때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조중서가 스님에게 다가와 묻기를,
“그대는 종일토록 얻는 것이 겨우 한 푼인데, 땅에 떨어진 돈꾸러미를 남이 집어가는 것을 보고도 어찌 막지 않는가?”
하니,
“내 물건이 아닌데 무엇 때문에 망령된 욕심을 내겠는가?”
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조중서는 말에서 내려와 인사하고 탄복하며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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