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제1장) 8. 문을 닫지 않다〔門不掩閉〕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4:59

 

 

 

당(唐)나라 지측(智則)스님은 옹주(雍州) 장안(長安) 사람이다.   성품이 소탈하여 얽매이지 않았으며 항상 헤진 누더기를 입었는데, 아래 옷은 무릎 위까지 올라와 있었다.   거처하는 방에는 겨우 침상 하나와 흙발우, 나무수저 이외에는 다른 물건이 없었다.   방에 거처하면서 문을 닫지 않았으니 대중들은 그를 미치광이라고 하였다.

   스님은 이렇게 탄식하였다.

   "남을 미치광이라고 하는 사람은 자기가 미치광이임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출가하여 세속을 떠났음에도 의복과 음식 등 일상생활에서 가리고 막을 것이 있어, 문에는 자물쇠를 채우고 상자는 단단히 봉함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하고 어지러이 업(業)을 짓는다.   또한 갖가지를 거두어 모으는 수고로움으로 편안하지 못하다.   이를 두고 미치광이라 하지 않는다면 미치광이라고 할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