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제2장) 4. 술그릇을 깨뜨리다〔破壞酒器〕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5:23

 

 

당(唐)나라 현감(玄鑑)스님은 택주(澤州) 고평현(高平縣) 사람이다.  

성품이 온후하고 강직하여 잘못된 일을 보면 반드시 면전에서 잘못이라 지적하며 어떠한 압력에도 피하지 아니하였다.  

절을 수리하고 짓는 일이 자주 있어 기술자들이 많았으므로, 혹 그들에게 술을 보내 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 때마다 말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절은 반드시 법답게 지을 것이다.   차라리 절을 짓지 않을지언정 술 마시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다."

   한대 청화사(淸化寺)에서 불전(佛殿)을 수리하였다.  

그 주(州)의 호족(豪族)인 손의(孫義)란 사람이 술 두 수레를 보내 오자 스님은 즉시 술독을 깨뜨려버리니 술이 흘러 땅 위에 질퍽하였다.  

손의가 크게 성내어 다음날 그에게 괴로움을 주리라 생각하였으나 그날밤 꿈에 어떤 사람이 칼로 찌르려 덤비는 것을 보고, 이에 잘못을 깨닫고서 몸소 나아가 참회하였다.

 

   찬탄하노라.

 

   요즈음 일꾼을 먹이는 데 술뿐만 아니라 고기까지 준다.

   기둥을 세우고 들보를 안치하는 상량식에는

   귀신에게 푸닥거리하고 손님들에게 잔치까지 하며

   또 다시 정원(丁垣: 유명한 도살장이)의 칼날을 붉게 한다.

   천당을 가기 전에 지옥부터 이룬다는 말이

   어찌 헛된 말이겠는가?

   절 짓고 수리하는 이는

   뼈아픈 훈계로 삼아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