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나라 혜주(惠主)스님은 시주(始州) 영귀현(永歸縣) 사람으로 오로지 율학(律學)에 정진하며 청림사(靑林寺)에서 살았다. 그 때 능양공(陵陽公)이 익주에 부임하였는데 처음부터 신심이 적었다. 100여 마리의 짐 실은 말을 끌로 절로 들어와서 불전.강당. 승방에 매어 두었으나 감히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혜주스님이 채소밭에서 돌아와 그 더러운 꼴을 보고는 방에 들어가 석장(錫杖)과 옷 3벌을 가지고 나오면서 탄식하였다.
"죽든 살든 오늘은 결판을 내겠다."
그리고는 석장으로 노새를 가리키니 모두 시체처럼 자빠졌다. 스님이 손을 높이 들어 노새를 구덩이 속으로 던져버리니 고을의 관리들이 크게 놀랐다. 관리들이 혜주스님을 잡아놓고 상황을 보고하니 능양공은 기뻐하며 말하였다.
"율사(律師) 덕분에 나의 간탐(慳貪)을 부수었으니 매우 큰 이익이로다."
그리고 침향 10근과 명주 10단(十段)을 보냈으며, 후에 서울로 돌아가서는 보살계를 받았다.
'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장) 8. 선서(仙書)를 받지 않다〔不受仙書〕 (0) | 2008.03.10 |
---|---|
(제2장) 7. 무례한 비구니를 쫓아내다〔擯黜豪尼〕 (0) | 2008.03.10 |
(제2장) 5. 여자와 대면하지 않다〔不面女人〕 (0) | 2008.03.10 |
(제2장) 4. 술그릇을 깨뜨리다〔破壞酒器〕 (0) | 2008.03.10 |
(제2장) 3. 시자를 엄중하게 훈계하다〔嚴訓侍者〕 (0) | 2008.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