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나라 사비(師備)스님의 성은 사씨(謝氏 : 835~908)였다. 그의 아버지가 어업으로 먹고 살다가 그만 익사하자, 이 때부터 출가하여 아버지에게 보답하려 하였다. 짚신에 베누더기를 입고 겨우 연명할 정도로 먹으면서 설봉 의존(雪峯義存)스님과 도반이 되었다. 설봉스님은 그런 고행을 한다 해서 그를 '두타(頭陀)'라고 불렀다.
하루는 걸망을 지고 선지식을 두루 참방하리라 마음먹고 산을 나서다가 갑자기 발을 다쳐 피가 흐르자 거기서 확연히 깨달았다. 그리하여 산을 나가지 않고 설봉스님에게서 심요(心要)를 결단하였다. 설봉스님은 언젠가 그를 두고 이런 말을 하였다.
"사비스님은 두타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 후 홀연히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
"자식이 출가하여 심지(心地)를 밝힌 덕분에 천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와 알려주는 것이다."
라고 고마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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