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제5장)11. 꽃을 노래하여 풍자로써 간하다〔詠花諷諫〕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7:09

 

 

 

  후진(後晋)의 강남(江南)의 임금님이 법안(法眼)스님을 대궐로 불렀다.   마침 모란이 한창 만발하였는데, 임금님이 시 한 수 하라고 재촉하자 스님은 한 수 지어 불렀다.

 

   빗자루 든 채로 꽃내음 마주하니

   느낌이 전과 같지 아니하구나.

   머리털은 오늘부터 희어지는데

   꽃은 작년처럼 붉게 피었네.

   어여쁜 꽃송이 아침이슬에 시들고

   짙은 향기는 저녁 바람에 실려가네.

   어찌 꽃잎이 떨어진 뒤에야

   비로소 공(空)임을 알랴.

 

   擁毳對芳叢

   繇來廻不同

   髮從今日白

   花是去年紅

   異隨朝露

   馨香逐晩風

   何須待零落

   然後始知空

 

   그러자 임금님은 풍자한 의도를 깨닫고 찬탄하였다.

 

   찬탄하노라.

 

   시의 의미를 음미해 보았더니

   충애(忠愛)가 싯구(詩句)에 흘러넘친다.

   애석하다.

   후주(後主)는 알았으면서도 채용하질 못하고,

   끝내 꿈속에서 환락에 빠져 후회를 면치 못하였네.

   저 승려시인이라고 불리우는 자들은

   음풍농월에 시제를 붙이느라

   정신이 피폐하도록 퇴고를 거듭하나

   세상에는 아무 도움이 없다.

   이들과 스님을 비교한다면

   과연 황금과 흙 차이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