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제6장) 2. 오리를 보호하느라고 물을 안 마시다〔護鴨絶飮〕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7:13

 

 

 

 진(晋)나라 승군(僧群)스님은 청빈하게 절개를 지키며 나강현(羅江縣)의 곽산(霍山)에 암자를 짓고 살았다.   이 산은 바다 가운데 있었으나 깊이가 몇 길이나 되는 발우처럼 움푹 패인 돌구덩이에서는 시원한 샘물이 솟아나왔다.   암자와 그 돌우물 사이에는 작은 시냇물이 있었는데, 여기에 외나무다리를 놓고 이를 오가며 물을 길었다.

   하루는 오리 한 마리가 날개가 꺾인 채 외나무다리에서 움직일 줄을 모르고 있었다.   스님은 지팡이를 들어 쫓으려 하다가 오리가 다칠까 두려워 물을 긷지 않고 되돌아갔다.   끝내 스님은 마실 물이 떨어져 죽어버렸다.

 

   찬탄하노라

 

   중생의 생명을 위해 자기 몸을 잊었으니

   대자비로 크게 구제하심이 이보다 지극할 수 없으리라.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오리의 생명을 살리느라

   괴로움을 참은 것은 옳다 하겠지만

   자기 목숨마저 없앤 것은

   지나침이 없다 할 수 있겠는가?

   아 -- , 도인(道人)은 가죽 주머니인 이 몸을

   꿈.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로 볼 뿐이다..

   실로 중생에게 이익이 된다면

   육신을 콧물이나 침처럼 버린다.

   호랑이나 매에게 먹이로 주어버리는 것도

   모두가 이 마음 때문이다.

   어찌 육신을 집착하고 아끼는 범부가 헤아려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