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나라 백장 회해(百丈懷海 : 749~814)스님은 백장산 꼭대기에 살면서 매일 일을 함으로써 그 공양에 보답하였다. 누군가가 그만두라고 권하면,
"내 덕이 없어 대중을 수고롭게 하는구나."
라고 말하였다. 대중들이 참질 못하고 그 연장을 감춰버리자 음식을 먹지 않았으니, 드디어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는 말이 있게 되었다.
찬탄하노라.
백장스님 같은 덕 높으신 분도
"덕이 없이 다른 사람을 수고롭게 하고 싶지 않다."
하였으니, 하물며 우리 같은 경우이겠는가.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한다.
"주지하는 사람은 법을 널리 펴 중생을 이롭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매일 천금을 쓰고 백 사람을 부린들
무엇이 병통이겠는가?
그런데도 좀스러운 일에 힘쓴다면
이른바 큰 원칙을 안다 할 것은 못된다."
아--, 백장스님은 총림을 세우고 청규(淸規)를 수립하여
만세의 사법(師法)이 되신 분이니
어찌 사려가 여기에 미치지 못했으랴.
그런데도 지금 이처럼 하신 이유는
천하에 덕은 야박하면서 복은 후하게 누리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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