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나라 대수(大隋)스님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겁화(劫火)가 환하게 탈 때에 이것도 파괴될까요, 되지 않을까요?"
"파괴된다."
"그렇다면 그를 따라가겠군요?"
"그를 따라가지."
그 스님은 이를 의심하고 스승을 찾아 참구하느라고 만리에 이르도록 산천을 돌아다녔다.
찬탄하여 말한다.
옛사람은
털끝만큼이라도 가슴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스스로 속이려 하지 않고
반드시 결택을 구하여
탁 트인 뒤에야 그만두었다.
어찌 가는 길이 수고롭다 여겼겠는가?
이른바
"한 구절로 그의 말을 따라
천산(千山)을 달리는 납승이다"한 것이
바로 이를 지적한 것이다.
지금은 스승을 찾아 도를 묻게 하면
몇 걸음 못 가서 상을 찌푸리지만,
이익과 명예를 쫓게 하면
만리도 거뜬하게 나선다.
팔순(八旬)에 백개의 고을을 찾아다닌 조주스님이여,
당신의 고고한 도풍 아득히 멀어
바라볼 수 조차도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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