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경훈(緇門警訓)

나추암화상법어懶庵樞和尙法語

通達無我法者 2008. 3. 17. 17:49
 

 

 

 

나추암화상법어懶庵樞和尙法語[1] 

 

佛誡羅睺羅頌云: 「十方世界諸衆生, 念念已證善逝果, 彼旣丈夫我亦爾, 何得自輕而退屈.」 六凡四聖, 同此一性, 彼旣如是, 我何不然? 直須內外資熏, 一生取辦, 更若悠悠過日, 是誰之咎? 古德云: 「此身不向今生度, 更待何生度此身.」 

부처님께서 라후라를 훈계하는 게송에서 말씀하셨다. 

시방세계 모든중생 생각생각 이미모두 선서과를 이뤘음에, 

저도장부 나도장부 어찌앞서 가볍사리 스스로가 물러나리. 

여섯 갈래 범부의 세계와 네 갈래 성인의 세계는 다 같이 한 성품이거늘 저가 이미 이와 같거니 나도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곧장 모름지기 안팎으로 돕고 익히면 한 생에 끝장을 보겠지만 다시 만약 유유자적 세월을 보낸다면 이는 누구의 허물인가. 옛 덕 있는 이가 이르기를 「이 몸 금생에 제도하지 못하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이 몸을 제도하겠는가」 하였다. 

天台.智者大師云: 「何不絶語言, 置文字, 破一微塵, 出大千經卷?」 一微塵者, 衆生妄念也; 大千經卷者, 衆生佛性. 衆生佛性, 爲妄念所覆, 妄念若破則佛性現前. 此老人, 爲固執文字語言者, 興此歎也. 此亦是金鎞刮膜之,[2] 他日眼開, 方知得力. 

천태 지자대사가 이르기를 「어찌하여 언어를 단절시키고 문자를 내버려둔 뒤 하나의 미세한 티끌을 깨트려 대천세계 만한 경전을 꺼내지 않는가?」 하였음에, 하나의 미세한 티끌이란 중생의 망념을 말하며 대천세계 만한 경전이란 중생의 불성을 말한다. 중생의 부처 되는 성품은 망념에 의해 덮어져 있으니 망념이 만약 깨어지면 곧 불성이 눈앞에 드러나게 된다. 이 늙은이는 문자와 언어를 고집하는 자들을 위해 이 탄식을 일으킨 것이다. 이 또한 금비로 눈의 망막을 후벼낸다는 것이니 뒷날 눈이 열리면 바야흐로 힘을 얻은 줄 알지어다. 

《楞嚴經》云: 「云何賊人, 假我衣服, 裨販如來, 造種種業?」 若不以戒攝心者, 縱饒解齊佛祖, 未免裨販如來, 造種種業, 况平平之人? 淸凉國師以十願律身者,[3] 良有以也. 戒以愼爲義, 又曰: 「洗心曰齋, 防患曰戒.」 

《능엄경》에 이르기를 「어찌하여 도적이 나의 옷을 빌려 입고 여래를 팔아 각종의 업을 짓는가?」 하였으니, 만약 계로써 마음을 다독거리지 못하는 자는 설령 그 견해가 넉넉하기를 부처님이나 조사들과 가지런하다 할지라도 여래를 팔아 각종의 업 지음을 면치 못할 것인데 하물며 평범하고 평범한 사람임에랴. 청량국사는 열 가지 원으로써 몸을 단속한 것은 진실로 까닭이 있도다. 계는 삼가는 것으로 그 뜻을 삼으며, 또 이르기를 「마음 씻는 것을 재齋라 하고 근심 방지하는 것을 계戒라 한다」고 하였다. 

【1】靈隱寺.懶庵.道樞禪師, 吳興.嚴安.徐氏子, 嗣道場.居慧禪師. 

【2】金鎞者,《涅槃經》云: 「如有盲人, 爲治眼故, 造詣良醫, 良醫卽以金鎞抉其眼膜.」 以况台老所說開人心目也. 

【3】華嚴第六祖澄觀大士, 字大休, 會稽.夏候氏子也. 至德中, 以十事自勵曰: 「體不捐沙門之表, 心不違如來之制, 坐不背法界之經, 性不染情碍之境, 足不履尼寺之塵, 脇不觸居士之榻, 目不視非儀之彩, 舌不味過午之餚, 手不釋圓明之珠, 宿不離衣鉢之側.」 

【1】영은사 나암 도추선사는 오흥 엄안 서씨의 아들로서 도장 거혜선사의 법을 이었다. 

【2】금비란,《열반경》에 이르기를 「만약 어떤 맹인이 눈을 치료하기 위해 훌륭한 의사를 찾아가면 그 의사는 곧 금비로써 눈의 막을 도려낸다」 하였으니, 이로써 천태대사가 말한 바가 사람들의 마음의 눈을 열어줌을 비유한 것이다. 

【3】화엄 제6조 징관대사는 자가 대휴로서 회계 하후씨의 아들이다. 지덕 연간 중에 열 가지 일로써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말하였다. 「몸은 사문의 의표를 버리지 않고, 마음은 여래의 제재를 어기지 않으며, 앉을 때는 법계의 경전을 등지지 않고, 성품은 정이라는 장애의 경계에 물들지 않으며, 발은 비구니절의 티끌을 밟지 않고, 겨드랑은 거사들의 의자에 닿지 않으며, 눈으로는 위의 답지 못한 채색을 보지 않고, 혀로는 한 나절이 지난 반찬을 맛보지 않으며, 손에는 둥글고 밝은 구슬을 놓지 않고, 잘 때는 의발의 곁을 여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