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經五家解·덕민스님

의법출생분/1/사구게를 받아 지녀 설하라

通達無我法者 2008. 10. 4. 16:12

 

 

사구게를 받아 지녀 설하라
 
 
선시 맛보기

봄이 차츰차츰 깊어지면 꽃도 하나씩 둘씩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이렇게 꽃잎이 떨어지는 늦은 봄을 暮春이라 합니다. 오늘은 두보의 暮春詩와, 俗氣가 전혀 없이 청청한 느낌을 주는 스님들의 暮春詩句를 소개하겠습니다. 꽃잎이 진다는 것은 가야할 때를 아는 것입니다. 머무르는 때와 가야할 때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는 떨어지는 꽃을 보며 그 때를 배워야 합니다.

曲江二首, 第一 (杜甫)
一片花飛減却春 風飄萬点正愁人

한 조각 꽃잎 날리며 봄은 줄어들고
바람 불어 만점 떨어지니 마음이 서글프네.

且看欲盡花經眼 莫厭傷多酒入脣

마지막 꽃송이 지려함이 눈에 스치는데
묵은 술 찌꺼기로라도 입술 적시기를 주저하지 않겠네.

江上小堂巢翡翠 苑邊高塚臥麒麟

강 위의 작은집에 비취새가 둥지 짓고
동산의 높은 무덤에는 돌기린이 뒹구네.

細推物理須行樂 何用浮名絆此身

만물의 이치를 자세히 알아보고 즐거움을 구할지니
어찌 허무한 이름에다 이 몸을 얽매이리.

〈보충설명〉 第三聯은 안록산의 난을 치르면서 강 위의 작은 집에 비취새가 둥지를 짓는 것처럼 평화로운 모습들이 황폐해지고, 무덤가에 서 있던 麒麟石像들이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져 있는 무상한 모습으로 변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曲江二首, 第二 (杜甫)
朝回日日典春衣 每向江頭盡醉歸

조회를 마치면 날마다 봄철 관복을 전당잡히고
한결같이 강가에서 흠뻑 취해 돌아온다.

酒債尋常行處有 人生七十古來稀

밀린 술값 여기저기 도처에 쌓였지만
인생살이 길어봐야 기껏 일흔 살.

穿花蝶深深見 點水款款飛

꽃밭 사이로 꿀 빠는 호랑나비가 살짝살짝 눈에 띄고
물위에 점찍는 잠자리는 조심조심 나르네.

傳語風光共流轉 暫時相賞莫相違

들리건대 풍광은 모두 함께 흐르고 구르노니
잠시라도 어우러져 교류함에 어긋남이 없어라.

沾衣欲濕杏花雨 吹面不寒楊柳風 (宋나라, 문창스님)

옷깃은 살구나무 꽃비에 촉촉이 적시고
얼굴은 버들가지 살랑이는 훈풍에 쏘이리.

履雜澗底雲 窓含松上月 (초의선사)

발걸음은 냇물 바닥의 구름과 섞이고
창문은 소나무에 걸린 달을 머금었네.


依法出生分

須菩提 於意云何 若人 滿三千大千世界七寶 以用布施 是人 所得福德 寧爲多不

“수보리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일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칠보로 가득 채워서 보시를 한다면 이 사람의 얻는바 복덕이 많겠는가?”

〈참고〉 줄여서 삼천세계라고도 함. 고대 인도인의 세계관에 따른 전우주. 수미산을 중심으로 하여 그 주위에 4대주(大洲)가 있고, 그 주변에 구산팔해(九山八海)가 있는데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이며 하나의 소세계(小世界). 이 소세계가 천개 모인 것이 하나의 소천세계(小千世界). 이 소천세계가 천개 모인 것이 중천세계, 중천세계를 다시 천개 합한 것이 하나의 대천세계. 이 대천세계는 천을 3곱 모은 것이고, 소·중·대 3종류의 천세계(千世界)로 이루어지므로 삼천대천세계라 함.

須菩提 言 甚多 世尊 何以故 是福德 卽非福德性 是故 如來 說福德多

수보리가 여쭈었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이 복덕은 곧 복덕의 性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복덕이 많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보충설명〉 칠보를 온 세계에 가득 채워 보시한다면 이 복덕은 당연히 많습니다. 하지만 물질보시는 아무리 많다하더라도 새어나가는(有漏) 복덕이므로 언젠가는 사라집니다. 相에 머물러 행하는 유루보시와 진리의 차원에서 相을 여의고 행하는 무루보시는 엄연히 다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복덕과 복덕성(福德性)은 다른 것입니다. 진공의 이치를 깨달아서 무루의 복을 짓는 것은, 많고 적다는 유루적 개념이 전혀 붙을 수 없는 차원의 福德性입니다.

若復有人 於此經中 受持乃至四句偈等 爲他人說 其福 勝彼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이 경전 가운데서 사구게(四句偈) 등을 받아 지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한다면 그 복이 저것보다 수승할 것이니라.”

[冶父]事向無心得

일마다 무심(無心)을 향해서 얻어지니라.

寶滿三千及大千 福緣應不離人天 若知福德元無性 買得風光不用錢

보배로 삼천대천세계를 채우더라도 유루복의 인연은 인간과 천상에 예속되어 여의함을 얻지 못하나니, 만일 복덕이 원래 성품 없음을 안다면 풍광(風光)을 사는데 돈 한 푼 들지 않으리라.

何以故 須菩提 一切諸佛 及諸佛阿多羅三三菩提法 皆從此經出

“무슨 까닭이겠는가? 수보리여! 일체의 모든 부처님과 모든 부처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이 모두 이 경전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니라.”

[冶父]且道 此經 從甚處出 須彌頂上 大海波心

또한 일러라. 이 경은 어느 곳에서 나왔는가? 수미산 꼭대기요, 큰 바다의 파도 중심에서니라.

〈보충설명〉 수보리에게 부처님과 부처님의 법이 모두 이 경에서부터 나왔다고 설하시니 그렇다면 이 금강경은 또 어디에서 나왔는가 하는 의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의문에 대해 야보스님은 수미정상과 대해의 파심에서 나왔다고 송하여 답을 내려줍니다. 그러나 금강경이 정말로 수미산과 대해의 파심에서 나왔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분별이 끊어지면, 끊어진 바로 그 자리에서 금강경이 나왔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 곳은 바로 진공묘유의 당처로서 이름붙일 수 없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계속〉

 

출처:법보신문/덕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