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經五家解·덕민스님

장엄정토분/1/옛 부처도 좋고 지금 부처도 좋다

通達無我法者 2008. 10. 4. 16:20

 

 

옛 부처도 좋고 지금 부처도 좋다
 
 
진리는 본래 갖추어져 있는 것이라 다른 곳에서 따로 얻을 것이 없다는 眞空의 사상이 무득무설분에서 이어져 장엄정토분에서도 계속됩니다. 앞부분 一相無相分에서 聲聞四果도 無心으로서만 이루는 것이니 진리를 얻었다는 생각이 있으면 이미 수행의 果를 얻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과 같은 맥락으로 진행됩니다. 수보리의 마음을 이미 꿰뚫어 알고 있는 부처님은 수보리가 직접 묻지도 않았지만 정토장엄의 이야기를 끌고나와 겉모습의 장엄은 허망한 것이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사진설명>덕민 스님은 "부처님이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땅을 향해 손을 내린 것은 삼계가 모두 평등하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한다.

장엄정토분에서는 ‘연등불의 진리나 석가의 진리가 절대평등의 한 모습인데 어찌 능소가 갈라져서 수기를 주고 받는가’하는 의심을 끊어주고 있습니다. 또, ‘여래가 연등불에게서 수기를 받은 적도 없고 법을 설한 적도 없다지만 보살이 불국토를 건설하고 장엄하는 것이 불법의 깨달음을 현실적으로 모양내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하는 의심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그 의심도 끊어주고 있습니다. 진실로 정토를 장엄하는 것은, 자신을 진리에 두고서 몸과 마음을 잊으며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지 바깥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장엄하는 것이 아닙니다.

『종경록』 100권을 지은 종경 스님은 과거생부터 법화경을 많이 공부한 스님입니다. ‘부처님의 한 모공(毛孔)속에 삼천대천세계가 다 들어 있다’는 법화경의 句節을 이해할 수 없어 간절히 기도했는데 기도의 마지막 날 보현보살이 시현하여 “너는 자신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털구멍에 바늘하나도 용납 못하는 것이다.”라고 던져주는 말씀으로 깨달았다고 합니다. 망아(忘我)! 이것은 자기가 물인지 고기인지 분간하지 않고 물속을 헤엄치고 다니는 물고기의 마음입니다. 四相을 없애고 마음을 청정하게 가다듬은 忘我여야 한 모습이라는 진리의 덩어리를 알고 정토를 장엄하는 것입니다.

佛 告須菩提 於意云何 如來 昔在然燈佛所 於法 有所得不 不也 世尊 如來 在然燈佛所 於法 實無所得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여래가 옛날 연등불의 처소에 있으면서 법에 대해 얻은 바가 있겠는가 아닌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연등불의 처소에 계시면서 법에 대해 실로 어떤 것도 얻었다는 흔적이 없습니다.”

[說]已明聲聞無取了 將現菩薩亦無取 先擧自已因地上 師亦無言已無聞 空生 知佛明無得 果能答以無所得 因甚道無所得 以跡論之則釋迦 彼時 因聞然燈 所說法要 熏成正覺 豈是無得 然 此 但以借緣見道 爲得耳 以實言之則釋迦 本是天上天下 獨尊獨貴底人 位過諸佛 富有萬德 何曾受他點眼 何容有法更得 所以 道 謂得然燈記 寧知是舊身

성문이 취한 바가 없음을 앞에서 밝혀 주시고 나아가 보살도 또한 취함이 없음을 가르쳐 주시려고, 먼저 자신의 전생에서 연등불도 진리를 말한 적이 없고 부처님 또한 진리를 들은 적이 없음을 들어주시니, 수보리가 부처님께서 분명히 얻은 것이 없음을 알아서 과연 능히 ‘얻은 것이 없다’고 응답한 것이다. 무엇을 인하여 얻은 것이 없다고 말하는가? 자취로 말한다면 석가도 과거생에 연등불의 법요를 듣고 훈습하여 정각을 이루었는데 어찌 얻음이 없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이것은 단지 인연을 빌어 도를 깨달아 얻었을 뿐이다. 실상의 이치로 말한다면 석가는 본래 천상천하에 오직 높고 오직 귀한 사람이라서 지위가 모든 부처님보다 낫고 부유만덕하였으니 어찌 일찍이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으며 어찌 법을 다시 얻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런 까닭으로 말하기를, “연등불에게 수기를 받았다면 어찌 옛날의 몸을 알겠으리오.”(→‘살림은 어디다가 내버리고 연등불에게 수기를 받았다고 하겠느냐’는 의미)

[冶父]古之今之

옛날부터 지니고 내려온 부처도 좋고, 지금의 수기 받은 부처도 좋다.

<보충설명> 야보 스님은 근본의 진리에만 집착하고 신훈을 소홀히 여길까봐 걱정스러워서 고일착합니다. 즉, 본래 가지고 있는 부처도 훌륭하고 현실생활에서 닦아가는 부처도 훌륭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一手指天 一手指地 南北東西 秋毫不視 生來心膽大如天 無限群魔倒赤幡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으로 땅을 가리키시니 동서남북에 털끝만큼도 자취를 찾아볼 수 없도다. 태어날 때부터 마음과 담력의 크기가 하늘같으니 무한한 마구니들이 붉은 기를 꺾어서 항복하도다.

<보충설명> 아기 부처님이 마야부인의 태에서 나오셨을 때는 곧 부처님의 진리가 한 모습으로서 온 시방에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그 자취를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피차의 구별이나 내외의 구별을 지니고 사는 마음속의 마구니들이 흰 깃발을 내걸고 항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땅을 향해 손을 내린 것은 삼계가 모두 하나인 평등의 선언입니다. 그리고 이 평등선언은 인류의 역사에 전무후무한 위대한 선언입니다.
 
 
출처:법보신문/덕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