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經五家解·덕민스님

존중정교분 - 금강경이 곧 불탑이며 사당이니

通達無我法者 2008. 10. 5. 06:47

 

 

금강경이 곧 불탑이며 사당이니
 
 
선시 맛보기

매천의 退老詩
十載經營屋數椽
십년동안 땅 일궈 지은 집이 서까래 두엇
錦江之上月峰前
금강 위 월봉산 앞에 있네
桃花娟娟紅浮水
복사꽃 붉은 잎은 고이 물에 떠가고
柳絮飄飄白滿船
버들 꽃 하얀 솜은 배에 가득 흩날리네
石徑歸僧山影外
돌길의 돌아가는 스님은 산 그림자 밟고
烟沙眠鷺雨聲邊
노을진 모래톱의 백로는 빗소리 들으면서 꾸벅꾸벅
若令摩詰游於此
만약에 王摩詰이 이곳에서 즐길 수 있었다면
不必當年輞川圖
그 당시 망천도는 필요하지 않았으리

<보충설명1> 세속의 때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詩입니다.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음악처럼 흐르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본래의 우리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보충설명2> 왕마힐은 벼슬에서 물러난 후 망천에서 살았던 왕유를 말합니다.

尊重正敎分

復次須菩提 隨說是經 乃至四句偈等 當知此處 一切世間天人阿修羅 皆應供養 如佛塔廟

“그리고 수보리여! 이 금강경과 사구게 등을 어디에서나 남에게 설해 준다면 마땅히 알라! 이 금강경이 설해지는 장소는 일체 세간과 하늘 사람과 아수라가 모두 공양을 올리는 불탑(→부처님을 모셔놓은 승원)이나 성현들을 모셔놓은 사당과 같으니라.”

<보충설명> 금강경은 설해지는 장소뿐만 아니라 경전이 있는 장소도 이렇게 모든 이들이 공경하고 공양한다는 내용입니다.

[六祖]所在之處 如有人 卽說是經 應念念常行無念心 無所得心 不作能所心說 若能遠離諸心 常依無所得心 卽此身中 有如來全身舍利 故言如佛塔廟 以無所得心 說此經者 感得天龍八部 悉來聽受 心若不淸淨 但爲名聞利養 而說是經者 死墮三途 有何利益 心若淸淨 而說是經者 令諸聽者 除迷妄心 悟得本來佛性 常行眞實 感得天人阿修羅人非人等 皆來供養

어떤 사람이 자기가 처한 장소에서 이 경전을 설할 때에는, 마땅히 생각 생각에 항상 망념을 쉬어버린 마음과 얻으려고 하는 바 없는 마음으로 주관과 객관을 나누지 않고 설해야 한다. 만일 능히 모든 마음을 여의고 항상 얻을 바 없는 진리의 마음을 의지하면 그 것이 곧 이 현실에 나툰 몸 가운데에 여래 전신(全身)의 사리가 있는 것이므로 ‘여불탑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무소득심(無所得心)으로 이 경을 설하면 천룡팔부가 감득하고 모두 와서 받아 듣겠지만, 마음이 청정하지 않고 단지 명예와 이익을 위해 이 경을 설하면 죽어서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질 것이니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마음이 만약 청정하여 이 경을 설하면 모든 듣는 자들로 하여금 미혹된 망심을 제거하고 본래의 불성을 깨달아서 항상 진실을 행하게 하기 때문에 천인과 아수라와 사람과 사람 아닌 존재 등이 모두 와서 공양을 할 것이다.

何況有人 盡能受持讀誦 須菩提 當知是人 成就最上第一希有之法

“어찌 하물며 어떤 사람이 금강경을 다 받아 지니고 독송하는 것에 대해 말할 것이 있겠는가? 수보리여!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최상이며 제일의 희유한 법을 성취할 것이니,”

[說]四句偈者 對全經 而言其小分也 雖是小分 隨所說處 皆應供養如塔 小分 尙爾 況盡能持說全經者乎 此則不啻如塔廟尊崇 當知是人 決定成就最上無上第一無比 稀有難得之法也

‘사구게’란 경전 전체에 대하여 작은 부분만 말하는 것이다. 비록 작은 부분이지만 설한 곳마다 모두 응당히 공양하기를 탑과 같이 하니, 작은 부분도 오히려 이러한데 하물며 금강경 전체를 능히 지니고 설하는 사람에 대해 말할 것이 있겠는가? 이러면 곧 탑(塔) 묘(廟)처럼 존숭할 뿐만 아니니,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결정코 최상이며 무상이며 제일이며 비교할 수 없이 희유하고 얻기 어려운 법을 성취하는 것이다.

若是經典所在之處 卽爲有佛 若尊重弟子

“이 경전이 있는 장소는 곧 부처님과 혹은 존귀한 제자들이 있는 것과 같으니라.”

[冶父]合如是
마땅히 그렇도다.

{說}舒卷自由 隱現無碍 理合如是 又白雲 只合在靑山 山含白雲 也相宜

경전을 펴면 모든 성인들이 뛰쳐나와 숨고 드러냄이 걸림 없으니, 이치가 합당하기 이와 같도다. 또한 흰 구름은 다만 청산에 있으니, 청산이 흰 구름을 머금는 것도 마땅하도다.

似海之深 如山之固 左旋右轉 不去不住 出窟金毛師子兒 全威哮吼衆狐疑 深思不動干戈處 直攝天魔外道歸

바다보다 깊고 산보다 견고하며, 왼쪽으로 살피고 오른쪽으로 살핌에 감도 없고 머무름도 없도다. 금색 털의 사자가 굴에서 나와 위엄을 온전히 갖추고 포효하니 뭇 여우들이 의구심을 내고, 깊이 생각해 보니 창과 방패를 쓰지 않더라도 곧바로 천마와 외도들이 포섭되어 귀의하더라.

<보충설명> 금강경의 진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자유롭고 우뚝하기 때문에, 많은 존재로부터 공경과 귀의의 대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고전 맛보기

경전을 읽는 것은 부처님을 모시고 절하는 것이며, 시공을 초월하여 여여부동함을 수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경전은 많이 읽어야 합니다. 옛날에는 논어, 맹자를 천독(千讀), 만독(萬讀)하는 선비들이 많았습니다. 남송 때에 유교를 집대성한 주자도 排佛論을 주장했지만 불경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그의 詩에 禪的 분위기가 많이 배어있습니다. 주자가 경전을 읽고 그 느낌을 읊은 시가 있는데 두 수 가운데 한 수를 소개합니다.

觀書有感二首 중에서 - 朱子
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조그만 밭이랑 곁 모난 연못에 하나의 거울이 열려
하늘빛과 구름의 그림자가 함께 배회하네.
연못에게 묻노니, 어찌하여 깨끗하기 이와 같은가?
저 밑 근원에서 생명의 물이 흘러나와 그렇다네.

<보충설명1> 산속 작은 밭이랑 곁에 연못이 있는데, 그 연못이 너무도 맑아서 마치 거울이 놓여있는 듯합니다. 그 거울 같은 연못에는 하늘도 비치고 흘러가는 구름도 비칩니다. 수행자의 마음도 경을 읽으면서 거울처럼 맑아지면, 마치 연못이 하늘빛과 흘러가는 구름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주듯이, 삼라만상 모든 것을 걸림 없고 흔적 없이 모두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의 근원면목은 본래 이렇게 깨끗하기 때문에 하늘과 구름이 맑게 비치는데 그렇지 않다고 투정하는 것은 자신이 탁함을 취해서 그런 것입니다.
<보충설명2> 第三句의 渠는 지시대명사인데 여기서는 연못을 말합니다. 연못이 맑은 이유는 생명이 끝없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수행자의 수행도 생명의 흐름과 마찬가지여서 수행이 잘되면 잘 될수록 그리고 가까이 가면 가까이 갈수록 존경심이 우러납니다.
 
 
출처:법보신문/덕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