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經五家解·덕민스님

고전 맛보기 - 우리의 본분자리가 바로 무릉도원

通達無我法者 2008. 10. 5. 06:50

 

 

우리의 본분자리가 바로 무릉도원
 
 
武夷九曲歌 중에서 - 朱子
武夷山上有仙靈 山下寒流曲曲淸
欲識箇中奇絶處 櫂歌閒聽兩三聲
무이산 윗자락에 신선 사는 명당 있고
산 아래 차가운 물 굽이굽이 맑아라.
이 가운데 빼어난 경관이 보고 싶어
뱃노래 두어 곡 한가로이 듣노라.

一曲溪邊上釣船 幔亭峰影蘸晴川
虹橋一斷無消息 萬壑千巖鎖翠煙
첫째 구비 골짜기서 낚시 배에 오르니
만정봉 그림자가 비 개인 계곡에 잠기고
무지개다리 끊어진 후 소식없는데
계곡마다 바위마다 비취색 노을이 자욱하네.

二曲亭亭玉女峰 揷花臨水爲誰容
道人不復荒臺夢 興入前山翠幾重
둘째 구비에 우뚝 솟은 옥녀봉이여!
꽃 꽂고 물가에 다다르니 누구 위한 용모인가?
도인(道人)은 황대의 꿈 다시 꾸지 않고
도의 흥이 앞산에 들어가니 푸르름이 몇 겹인가?

三曲君看架壑船 不知停櫂幾何年
桑田海水今如許 泡沫風燈敢自憐
셋째 구비에서 그대 골짜기에 매어 둔 배 보았는가?
노 젓기를 멈춘지가 몇 해인지 알 수 없네.
뽕밭이 바다 된지 지금부터 얼마인가?
물거품과 바람 앞의 등불 같아 가여워하노라

四曲東西兩石巖 巖花垂露碧㲯毿
金雞叫罷無人見 月滿空山水滿潭
넷째 구비 동과 서에 큰 바위 있는데
바위 꽃에 이슬 드리워 푸르름이 너풀너풀
‘금계(金鷄)’ 울어도 보는 이 하나 없고,
달은 빈산에 덩그렇고 山水는 연못에 가득하네.

五曲山高雲氣深 長時煙雨暗平林
林間有客無人識 欸乃聲中萬古心
다섯째 구비의 산은 높고 구름도 깊은데
오랜 안개비에 평림이 어둑하네.
숲 사이 나그네를 알아보는 사람 없고
‘어이야’ 뱃소리에 萬古心이 울리네.

六曲蒼屛遶碧灣 茅茨終日掩柴關
客來倚櫂巖花落 猿鳥不驚春意閒
여섯 번째 구비의 푸른 병풍바위는 푸르른 만(灣)을 에우고
띳집엔 종일토록 사립문 닫혔어라.
노에 기댄 나그네에 바위 꽃이 떨어지고
원숭이도 산새도 놀라지 않고서 봄의 정취 만끽하네.

<보충설명>
1. 첫 번째 노래는 무이 계곡을 차례로 여행하기 전에 道의 전체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가롭게 흐르는 뱃사공의 노래는 금강경 四句偈인 應無所住而生其心의 노래입니다.
2. 전국시대의 초나라 양왕은 사냥을 나갔다가 바위에서 잠깐 졸았는데 그 사이 꿈속에서 미인을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너를 어찌 알아볼 수 있겠는가?” 하고 물으며 이별을 안타까워하는 양왕에게, 미인은 “이 바위에 아침구름과 저녁비가 스쳐지나 가면(朝雲暮雨) 제 모습인줄 아십시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왕이 꿈을 깼습니다. 양왕이 꿈꾼 이 바위가 바로 황대(荒臺)입니다. 그 이후 황대는 젊은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인은 황대의 꿈을 멀리 여의어야 합니다.
3. 月滿空山水滿潭은 세속의 티끌이 전혀 없고 진리의 텅 빈 자리를 표현한 것입니다.
4. 第五曲은 눈에 보이는 무상한 모습을 반야지혜로 다 쓸어서 寂寥의 모습으로 바꾸었다는 뜻입니다.

武夷九曲歌 중에서 나머지 - 朱子
七曲移船上碧灘 隱屛仙掌更回看
却憐昨夜峰頭雨 添得飛泉幾道寒
일곱 번째 구비에 배를 옮겨 푸른 여울에 올라가니
은병봉과 선장봉을 다시금 돌아보네.
어여뻐라! 어제 밤 봉우리에 내린 비로
폭포가 불어나 얼마나 차가운고?

八曲風煙勢欲開 鼓樓巖下水縈洄
莫言此處無佳景 自是遊人不上來
여덟 번째 구비에선 안개가 개려 하고
고루암 아래로 떨어지는 물결이 휘감아 돌아가네.
이곳에 아름다운 경치가 없다고 하지 말라.
여기부턴 노니는 사람들이 올라갈 수 없으리라.

九曲將窮眼豁然 桑麻雨露見平川
漁郎更覓桃源路 除是人間別有天
아홉 번째 구비에 다다르니 눈앞이 확 트여라.
뽕밭 삼밭이 雨露에 젖고 平川도 드러나네.
사공은 다시 무릉도원 가는 길 찾겠지만
이곳이 바로 인간세상 제외한 별천지라네.

<보충설명>
1. 七曲歌의 ‘添得飛泉幾道寒’은 깨달음이 현실에 적용되어야 함을 은유한 詩句입니다. 大學의 格物致知와 같은 의미로서 형이상학적인 앎이 형이하학적인 삶에 알맞게 활용되어야 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2. 八曲歌의 ‘水縈洄’는 물이 바위를 휘감아 돌아가는 장관을 표현한 것입니다. ‘莫言此處無佳景’은 이런 장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올라가지 않고는, 미리 ‘볼 것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論語에는 ‘人患不用力 一日用力 不能無至者(사람이 힘쓰지 않음을 걱정하라. 하루라도 힘쓴다면 이르지 못할 것이 없으리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힘써서 해나가면 이루어 낼 수 있다는 말인데, 이것과 상통하는 내용입니다. 또, ‘自是遊人不上來’는 자연과 나, 나와 자연이 둘이 아니며 俗氣가 모두 끊겨 한 모습으로 승화된 상태의 표현입니다.
3. 九曲歌의 ‘眼豁然’은 수행이 극에 달해서 모든 것을 한 모습으로 보는 경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4. 九曲歌의 第3句와 第4句는 도연명의 ‘무릉도원’ 이야기를 끌어온 것입니다. 한 어부가 고기를 잡다가 상류에서 붉은 복숭아꽃이 냇물을 덮을 정도로 많이 떠내려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꽃잎이 어디서부터 흘러내려 오는지 궁금하여 상류로 올라갔는데 작은 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문을 들어서니 신선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진시황 때에 있었던 학자들의 탄압을 피해서 숨어 살던 선비들인데 600년 전에 이미 진시황이 죽은 사실도 모른 채 살고 있었습니다.
어부는 이곳에서 아주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며칠 지냈습니다. 그렇지만 자식들과 부인과 집이 그리워진 어부는 세속적 분별이 떨어진 신선들이랑 오래 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곳을 나오려고 했는데 선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곳을 알리지 말라’고 부탁하였습니다. 하지만 범부인 어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려웠습니다. 소문을 내고 다녔기 때문에 이 무릉도원의 소문이 고을의 태수에게도 전해졌습니다. 고을의 태수는 어부와 함께 무릉도원으로 세금을 물리기 위해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분별심과 욕심으로 찾았으므로 신선들이 사는 곳이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무릉도원의 고사(古事)입니다. 도연명이 그려낸 무릉도원은 절대적으로 신성한 유토피아이며 우리의 본분자리입니다.
 
 
출처:법보신문/덕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