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經五家解·덕민스님

구경무아분/2/무아란 비움 속에 담긴 오묘한 쓰임새니라

通達無我法者 2008. 10. 8. 16:35

 

 

<사진설명>금강산도 화첩 중 은선대. 겸재 정선(1697~1759) 作.

[冶父]少他一分又爭得
조금이라도 다른 게 하나 없는데 무엇과 다툼을 하겠는가?

〈보충설명〉 구경무아의 상태는 한 모습을 이룬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것이 하나라도 있을 수 없습니다.

獨坐然一室空 更無南北與西東 雖然不借陽和力 爭奈桃花一樣紅
텅 빈 방에 조용히 홀로 앉아 있으니, 동서남북이 따로 없도다. 그렇지만 봄볕의 기운을 빌리지 않더라도, 복사꽃이 붉게 피는 것을 어찌하리오.

〈보충설명〉 진리의 자리에 고요히 앉으면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사라집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는 듯 비워진 그 속에 오묘한 쓰임새가 있어서 봄이 오면 복사꽃이 저절로 핍니다. 이와 같은 것이 바로 무아(無我)의 경지입니다.

선시 맛보기

襄陽歌 - 李白

落日欲沒峴山西  倒著接花下迷
저녁 해가 현산의 서쪽으로 넘어가려 하는데,
벙거지를 거꾸로 쓰고서 꽃길에서 헤매네.

襄陽小兒齊拍手  街爭唱白銅
양양의 꼬마들이 모여들어 박수를 치면서,
길을 막고 백동제를 경쟁하듯 부르네.

傍人借問笑何事  笑殺山翁醉似泥
곁에 있는 사람이 묻기를, “무슨 일로 웃으며 떠드나요?”
“산속의 늙은이, 泥벌레가 되도록 취해서 비틀거려 웃는다오.”

酌鸚鵡杯
가마우지 국자와 앵무의 잔으로

百年三萬六千日  一日須傾三百杯
백년이면 삼만 육천 일인데,
하루에 삼백 잔은 기울여야지.

遙看漢水鴨頭綠  恰似葡萄初醱
멀리 한수의 청둥오리 푸른 머리 바라보니,
포도주가 보글보글 익을 때 같구나.

此江若變作春酒  壘麴便築糟邱臺 
이 강물을 변화시켜 술을 만든다면,
누룩이 쌓여서 산을 이루리.

千金駿馬換小妾  笑坐雕鞍歌落梅
소첩과 바꾼 천금의 준마,
아로새긴 안장에 웃으며 올라 앉아 낙매가를 읊으리.

車旁側一壺酒  鳳笙龍管行相催
수레 옆에 술 한통 매달아 놓고서,
봉황 무늬 생황과 용을 새긴 피리 불며 술잔도 권하리.

咸陽市中歎黃犬  何如月下傾金
함양의 시장에서 누렁이를 추억하며 탄식함이,
어찌 달빛 아래서 황금 술잔 기울임과 같으리

君不見晋朝羊公一片石  龜頭剝落生笞
그대 보지 못했는가? 진나라 양공의 한 조각 비석에
거북머리 떨어지고 이끼가 낀 것을.

淚亦不能爲之墮  心亦不能爲之哀
눈물도 그를 위해 흘려주는 사람 없고,
마음도 그를 위해 슬퍼하는 사람 없네.

淸風明月不用一錢買  玉山自倒非人推
청풍과 명월은 돈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옥산도 저절로 쓰러지지 사람이 밀치는 것 아니라네.

舒州酌力士  李白與爾同死生
서주의 잔과 역사의 잔으로,
이백은 그대와 더불어 죽고 살리라.

襄王雲雨今安在  江水東流猿夜聲
양왕의 무산운우(巫山雲雨) 지금은 어디 있나?
강물은 동쪽으로 흘러가고 원숭이는 밤중에 슬피 우네.

〈보충설명1〉 이백은 두보와 같은 시대에 살았습니다. 두보는 민중의 애환을 대변하는 시를 많이 지어서 詩聖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이백은 풍류를 즐겨서 詩仙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백의 시는 달과 술과 달빛과 이백의 그림자가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어서 조사선의 경계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보충설명2〉
현산은 양양 동남쪽에 있는 산이름.
백동제 - 전승을 기념하는 노래로서 성당시대에 유행하던 동요.
니벌레 - 술취한 모양으로 흐물흐물하면서 흙에서 사는 벌레.
가마우지 국자 - 가마우지의 긴 목과 같은 모양으로 술을 따를 때 사용하는 국자.
앵무의 술잔 - 앵무새의 부리처럼 생긴 모양의 술잔.
一日須傾三百杯의 須는 당위성을 나타내는 부사.
遙看漢水鴨頭綠  恰似葡萄初醱 - 한수에 무리지어 떠있는 청둥오리들의 푸른색 머리들이 마치 포도주가 처음 익을 때 보글보글 거리는 모습과 같다는 뜻.
조구대 - 걸왕의 주지육림 시절에 술 찌꺼기가 쌓여서 이루어진 언덕의 이름.
낙매가 - 이별할 때 연주하는 슬픈 음악.
咸陽市中歎黃犬 - 진나라의 승상 이사가 정적의 모함에 걸려 함양의 시가지에서 죽임을 당하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느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시골에서 누렁이와 함께 뒷산을 거닐 때가 제일 좋았다.”고 응답한 고사의 인용. ‘술 한 잔이 최고지 벼슬이 무슨 소용 있는가’ 하는 뜻.
晋朝羊公一片石  龜頭剝落生笞 - 양공은 진나라의 태수. 정치를 잘하였기 때문에 그 공로를 기리기 위해 현산에 비석을 세웠는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이 비석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여 비석의 이름이 타루비(墮淚碑). 비석이 깨지고 이끼가 끼었다는 것은 세월의 허무함을 표현한 것.
淸風明月不用一錢買 玉山自倒非人推 - 술이나 많이 마시자는 뜻.
舒州酌 - 서주의 술잔은 유명했음.
襄王雲雨 - 초(楚)나라 양왕이 고당에 올라가 낮잠을 자는 사이 꿈속에서 무산의 선녀를 만나 정을 맺었는데, 아침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어 왕을 만나겠다고 말하며 선녀가 사라졌다는 고사. 양왕의  이 꿈 이야기에서 남녀관계를 일컫는 朝雲暮雨라는 고사가 생김. 이백의 시에서는 인생이 이렇게 덧없는 것이니 술잔이나 기울이자는 뜻. 〈계속〉

 

 

출처:법보신문/덕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