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經五家解·덕민스님

구경무아분/3/‘나’와‘너’ 경계 버릴 때 부처 이룬다

通達無我法者 2008. 10. 8. 16:42

 

 

<사진설명>금강산도 화첩 중 삼일포. 겸재 정선(1676~1759) 作.

須菩提 於意云何 如來於然燈佛所 有法得阿多羅三三菩提不 不也 世尊 如我解佛所說義 佛於然燈佛所 無有法得阿多羅三三菩提

“수보리여!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여래가 연등불이 계실 때에 어떤 특정한 법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헤아려 보건대, 부처님께서는 연등불의 처소에서 어떤 특정한 법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바가 없습니다.”

 

〈보충설명〉 만일 석가모니 부처님이 ‘나’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연등불에게 수기를 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나’라는 생각이 사라지고 모든 것과 한 모습을 이루었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입니다.

금강경에서는 수기를 내려 준 연등불이나 수기를 받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수기를 주고 받을 특정한 법이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는 특정한 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六祖]佛告須菩提 我於師處 不除四相 得受記不 須菩提 解無相之理 故言不也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길, “내가 스승님의 처소에서 행여 사상(四相)을 제거하지 않고 수기를 받았겠는가?”라고 질문하니까, 수보리존자는 상이 없는 이치를 깊이 깨달았기 때문에 “아닙니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佛言 如是如是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그렇도다, 그러하도다!”

〈보충설명1〉 수보리는 부처님의 의중을 부처님과 똑같게 알아차리며 부처님 질문에 대해서 응답합니다. 그런 제자에 대해 흡족한 마음으로 부처님께서도 ‘여시여시(如是如是)’ 하면서 긍정해 주십니다.

금강경에서는 부처님께서 ‘여시여시(如是如是)’라고 수보리를 인정해주는 장면이 네 번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네 차례의 ‘여시여시(如是如是)’는 ‘선재선재(善哉善哉)’라는 일반적인 칭찬을 뛰어 넘어 진리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하나를 이루는 형이상학적 교감입니다.

 

〈보충설명2〉 주역의 중천건괘(重天乾卦)의 문언전(文言傳)에는 구오(九五)에 대한 설명이 다음과 같이 등장합니다. 즉, 비룡재천이견대인(飛龍在天利見大人) 하위야(何謂也) 자왈(子曰) 동성상응(同聲相應) 동기상구(同氣相求) 수류습화취조(水流濕火就燥) 운종용풍종호(雲從龍風從虎) 성인작이무물도(聖人作而無物覩) 본호천자친상(本乎天者親上) 본호지자친하(本乎地者親下) 즉각종기류야(則各從其流也)입니다.

 

이것을 풀이하면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大人을 만남이 이롭다”란 무슨 뜻인가? 공자가 말하길, “같은 소리끼리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이 서로 구하여, 물은 습한 곳으로 흐르고 불은 마른 데로 나아가며, 구름은 용을 좇고, 바람은 범을 좇는다. 성인이 출현하면 만물이 우러러 보는데 하늘의 이치를 근본하면 위를 친애하고, 땅의 이치를 근본하면 아래 사람들을 친히 살피니 각각 그 종류를 좇는다.” 입니다.

 

그런데 중천건괘(重天乾卦)의 두 번째 양효(陽爻)는 대인(大人)의 복덕을 의미하고 다섯 번째 양효(陽爻)인 비룡(飛龍)은 제왕의 복덕을 의미하며, 이 두 양효(陽爻)의 어울림은 제왕과 신하의 의기(意氣)가 일치되어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처님과 수보리의 문답도 마치 중천건괘(重天乾卦)의 두 양효(陽爻: 제왕과 대인의 만남)의 어울림 같습니다.

 

[六祖]善契佛意 故言如是 如是之言 是印可之辭

부처님 뜻에 잘 계합하였기 때문에 “그렇도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니, ‘그렇도다’는 인가해주는 말씀이다.

 

[冶父]若不同床睡 爭知紙被穿

만일 같은 침상에서 함께 자지 않았다면 어찌 홑이불에 구멍 난 것을 알겠는가?

 

〈보충설명〉 서로 같은 세계에 있기 때문에 상대를 너무 잘 안다는 선적(禪的) 표현입니다.

打鼓弄琵琶 相逢兩會家 君行楊柳岸 我宿渡頭沙 江上晩來疏雨過 數峰蒼翠接天霞

북 치는 사람과 비파 뜯는 사람이 서로 만나 한 집에 모였네. 그대가 버드나무 언덕을 거닐면 나는 포구의 백사장에서 묵으리. 강가에 땅거미 내리고 소나기 스치니, 푸른 봉우리가 노을 진 하늘과 맞닿았네.

 

〈보충설명1〉 서로 마음이 하나로 통하는 부처님과 수보리의 문답을 노래한 것입니다.

 

〈보충설명2〉
打鼓弄琵琶: 부처님과 수보리의 문답을 무상(無相), 무아(無我)의 연주로 비유한 것.
相逢兩會家: 부처님과 수보리가 금강경 세계에서 만나는 것을 비유한 것.


楊柳岸과 渡頭沙: 시전(詩傳)에서 유래한 악곡(樂曲). 양유안(楊柳岸)은 이별하는 장소이며 도두사(渡頭沙)는 헤어진 사람을 기다리다가 만나는 장소. 무아(無我)에서 흘러나오는 인정(仁情) 넘치는 선(禪)의 노래.


江上晩來疎雨過와 數峯蒼翠接天路: 나와 네가 모두 사라져 정화된 모습으로 한 모습을 이룬 경지.

須菩提 實無有法如來得阿多羅三三菩提 須菩提 若有法如來得阿多羅三三菩提者 然燈佛 卽不與我受記 汝於來世 當得作佛 號 釋迦牟尼 以實無有法得阿多羅三三菩提 是故 然燈佛 與我受記 作是言 汝於來世 當得作佛 號 釋迦牟尼

“수보리여! 실상으로는 어떤 법도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바가 없느니라. 수보리여! 만일 어떤 특정한 법이 있어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면 연등불이 나에게 수기를 주면서 ‘그대가 내세에 마땅히 부처가 되어 호를 석가모니라 하리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니라. 실로 어떤 특정한 법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바가 없었기 때문에 연등불이 나에게 수기를 주면서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내세에 마땅히 부처가 되어 호를 석가모니라 하리라.”고 하시니라.

 

〈보충설명〉 부처님께서 연등불에게 수기를 받았을 때에, 만일 수기를 받는 부처님이 있고 수기를 주는 연등불이 있고 또 수기 받을 법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수기를 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여겼기 때문에 연등불에게서 수기를 받아 석가모니 부처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계속〉

 

출처:법보신문/덕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