直指·무비스님

현존최고 금속활자본을 가진 우리민족

通達無我法者 2008. 12. 12. 04:02

 

 

〈1〉현존최고 금속활자본을 가진 우리민족

무비스님

1958년 부산 범어사에서 여환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했으며 해인사 통도사 등 여러 선원에서 10여년동안 안거 정진했다.  탄허스님의 법맥을 이은 강백으로 통도사.범어사 승가대학장, 조계종 승가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조계종 교육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범어사에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화엄경 완역〉(전10권), 〈금강경오가해〉, 〈지장경강의>, <무비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신심명>,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등 다수가 있다.


 

중국에 <육조단경>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직지심경>이 있다.

<직지심경>이라는 책은 1967년 파리 국립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던 교포 박병선씨가 처음으로 발견하여 수년간 연구하고 고증한 결과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70년이나 앞서 인쇄되었기 때문에 현존하는 활자본으로는 가장 오래된 책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그 사실이 1972년 파리의 국제도서전시회에서 국제적으로 인증을 받게 되었다. 그 후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게 되고 한국에서도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존하는 하권 외에 상권을 마저 찾는 운동과 직지문화축제까지 매년 성대하게 행하여지고 있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이 되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될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이 최초로 금속활자를 창안하고 발전시킨 문화민족임을 실증하여 그 긍지를 세계에 과시한 점에서 귀중한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또 2001년 9월에는 <승정원일기>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세계적인 이목과 관심을 끄는 것은 오로지 역사적인 사실과 문화적인 가치에 치중되어 있을 뿐 직지라는 책 속에 담긴 그 숭고하고 위대한 진리의 말씀에 대한 관심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불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지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깨달음에 의한 높은 가르침이 세상에 널리 전해지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은 높이 살 일이 틀림없으므로 생각할수록 기쁘고 기쁜 일이다. 더구나 1700년 한국불교역사에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경전 한 권이 있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널리 알리는 일도 큰 경사라고 할 수 있겠다.

  

부처님과 조사들의 마음 열고

깨달음 열어주는 가르침 뽑아


<직지(直指)>는 그 갖추어진 이름이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줄여서 <직지심경(直指心經)>, 또는 그냥 <직지>라고 부른다.

고려 공민왕 21년(1372)에 백운경한(白雲景閑, 1299~1375)스님이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가르침 중에서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과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 요긴한 부분만을 가려 뽑아 엮은 책이다. 그러므로 <팔만대장경>의 요점을 한 책에 모아놓았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 매우 중요하고 값진 책이다. 이와 같이 불교적 관점에서 불 때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 이상의 귀중한 진리의 말씀을 문화적 가치와 함께 이 시대의 말로 번역하고 풀어서 그 깊은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선불교의 고준한 경지를 더듬어 보고자한다.

선불교는 불교의 완성이다. 불교의 발전이 선불교에 이르러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그래서 가치관이 혼란하여 갈팡질팡하는 이 시대 인류의 정신을 구제하고 가치관을 바로 세울 마지막 보루가 선불교라고 하는 주장이 있는데 그 기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감히 <직지>를 해설하려는 만용을 부리게 되었음을 밝힌다.

직지(直指)라는 제목은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모든 가르침은 인간의 마음(心體)을 다른 매개체나 거리와 간격이 없이 곧 바로 가리킨 것 중에서 가장 요긴한 부분들만 가려 뽑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은 중생들을 제도하고 인류를 구원할 진리의 가르침이란 인간의 마음을 열어주고 보여주고 깨닫게 해주고 들어가게 해주는 일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모든 존재와 존재의 작용들의 근본인 이 마음을 깊이 알고 바로 앎으로서 일체 고통과 모든 문제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생사의 문제로부터도 자유자재하는 대해탈의 길이 열린다고 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그 근본인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直指心體) 보인 것이다.

직지를 저술한 백운경한스님은 고려말기 충렬왕 24년(1298)에 지금의 전북 정읍시 고부면에서 출생하여 공민왕 23년(1374)에 77세를 일기로 입적하였다. 조계종의 중흥조이신 태고보우선사처럼 원나라에 가서 석옥청공(石屋淸珙)의 법을 잇고 돌아왔다. 그래서 두 분은 사형사제간이 되며 전등법계 상으로도 조계선종의 정맥을 이은 선사이다.

이 책은 스님이 입적하기 2년 전인 75세 때에 당신의 불교적 수행과 학문의 결실을 이 한권의 책에 담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