直指·무비스님

몸은 물거품이요 마음은 바람 같은 것

通達無我法者 2008. 12. 12. 04:05

 

 

몸은 물거품이요 마음은 바람 같은 것

〈3〉제2 시기불(尸棄佛)


 

幻出無根無實相

(如云 幻起無根 卽實相 是了妄卽眞)


시기 부처님은 앞의 장엄겁 때의 부처님이다.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온갖 선한 일을 하는 것도 본尸棄佛 同前劫 偈 曰

起諸善法本是幻

造諸惡業亦是幻

身如聚沫心如風 래 환술이며

여러 가지 악한 일을 하는 것도 또한 환술이다.

몸이란 물거품 같고 마음이란 바람 같은 것

환술에서 나온 것은 근본도 없고 실상도 없다.

(이를테면

‘환술로 생긴 것은 근본이 없으니 그것이 곧 실상이며, 허망을 알면 곧 진실이다.’

라는 말과 같다.)



허망한 꿈을 좇지 말며

오욕에 흔들리지 말라


해설 : 시기불은 과거 겁의 부처님 중에서 제2부처님이다.

<장아함경>중 <대본경>에는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7만세가 될 때 세상에 출현하셨으며 종성은 찰제리이며 성은 구리야며 아버지는 명상(明相)이며 어머니는 광요(光耀)며 관상성에 살았다.

분타리 나무 밑에서 3회의 설법을 하여 2십5만 명을 제도하였다는 내용이 보인다.

여기에 소개한 게송은 경전에는 보이지 않고 <전등록>에 보인다.

게송의 내용은 환술(幻術)법문이다.

환술이란 요술, 또는 마술이다.

모든 것이 눈앞에 확실하게 존재하는데 그것들의 진실을 꿰뚫어 본 깨달음의 눈에는 아무 것도 실재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부처님은 미혹한 사람들에게 무어라고 설명할 길이 없다.

그래서 환술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사는 선과 악, 그리고 죄와 복의 문제다.

그런데 그 선과 악이라는 것이 실체가 없다.

마치 환술을 하는 사람이 마음먹은 대로 온갖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환술로 온갖 물건을 만들어내지마는 아무 것도 실재하는 것은 없다.

여러 가지라는 것 중에서도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사람의 몸과 마음이다.

선과 악이 그렇듯이 몸은 물거품과 같고 마음은 바람과 같다.

모두가 실체가 없으며 허망한 존재라는 뜻이다.

선과 악은 모두가 이 몸과 마음이 짓는 일이다.

몸과 마음은 뿌리가 되고 선과 악은 지엽이 된다.

근본 뿌리가 실재하지 않는데 그 지엽이 어디에 있겠는가.

죄와 복도 그와 같은데 하물며 쥐꼬리만 한 명예나 닭 벼슬 같은 벼슬이나 먼지 같은 재물이야 말해 무엇 하랴.

그러므로 진실이란 모든 존재가 허망하다는 사실이다.

즉 허망하다는 사실이 진실이다.

몸도 마음도 선도 악도 이와 같이 허망하여 실체가 없는 것으로 관찰하면 그는 깨달은 사람의 안목을 가진 것이다.

곧 부처님의 견해와 다르지 않다.

<직지심경>을 찬술하신 백운스님은 시기불의 게송에 간단한 착어(괄호안의 내용)를 붙였는데,

몸도 마음도 근본이 없는 것이 마치 환술로 생긴 것과 같다.

근본이 없어서 환술로 생긴 것과 같은 것이 곧 실상이라고 하였고,

다시 모든 존재의 허망한 사실을 알면 그것이 곧 진실이라고 하였다.

다시 정리하면 허상이 실상이며 허망한 사실을 아는 것이 곧 진실을 아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의지하고 무엇에 매달리겠는가.

인생사와 세상사가 모두 다 허망하다는 사실만이 진실인 것을.

인생사를 이렇게 이해한다면 그 어떤 영광에도, 그 어떤 오욕에도 마음 흔들릴 까닭이 없다.

깃털처럼 가볍고 편안하게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직지심경>의 역사적 가치와 인쇄 문화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깨달음에 의한 이와 같은 진리의 가르침이 더욱 값지고 소중한 것이다.

이와 같은 진리의 말씀이 직지심경의 문화적 가치와 함께 전 인류에게 전해져서 모든 사람들이 더 이상 취생몽사하지 않고 인생을 다 같이 밝게 살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면 <직지심경>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와 이유가 제대로 발휘되리라 생각한다.

 

무비스님 / 조계종 전 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