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세 번 묻고 세 번 맞았다
問, 師唱誰家曲이며 宗風嗣阿誰오 師云,
我在黃檗處하야 三度發問하야 三度被打니라 僧擬議한대 師便喝하고 隨後打云, 不可向虛空裏釘橛去也니라
스님이 물었다.
“선사께서는 누구 집의 노래를 부르며 어느 분의 종풍을 이었습니까?”
임제스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황벽스님 처소에서 세 번 묻고 세 번 얻어맞았다.”
그 스님이 우물쭈물 머뭇거리자 임제스님이 “할!”을 하고 뒤이어 내려치며 말하였다.
“허공에 말뚝을 박을 수는 없느니라.”
강의 ; 임제스님은 황벽스님의 법을 이었다.
황벽스님은 백장(百丈,749-814)스님의 법을 이었고,
백장스님은 마조(馬祖,709-788)스님의 법을 이었다.
마조스님은 남악(南嶽,677-744)스님의 법을 이었고,
남악스님은 육조혜능(638-713)대사의 법을 이었다.
이렇게 설명해야 할 것이지만 “나는 황벽스님 처소에서 세 번 묻고 세 번 얻어맞았다.”라고 하여 자신의 전법내력을 여운이 있고 의미심장하게 밝혔다.
불법(佛法)이니 종풍(宗風)이니 하는 것이 무엇인가.
임제스님이 황벽스님에게 가서 불법의 대의를 물었는데 황벽스님은 다짜고짜 20대의 몽둥이로 임제를 후려쳤다.
그렇게 간단히 불법을 열어주고, 보여주고, 깨닫게 해주고, 불법 속으로 들어가게 해 주었다.
이렇게 하기를 세 차례나 묻고 세 차례나 얻어맞았다.
이것이 그 유명한 삼도발문(三度發問) 삼도피타(三度被打)인 것이다.
스승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였고, 제자가 받을 수 있는 것은 다 받았다.
세 번 묻고 세 번 맞은 것이 황벽의 불법이며 또 한 임제의 불법인 것이다.
따라서 부처님의 불법이며, 역대 조사들과 천하 노화상들의 불법인 것이다.
묻고 때리는 이 사실 위에 성성역역(惺惺歷歷)하고 역역고명(歷歷孤明)한 무위진인(無位眞人)이 밝은 대낮에 여기 이렇게 빨가벗고 춤을 춘다.
“허공에 말뚝을 박을 수는 없느니라.”
그렇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끈이 짧으면 깊은 우물에는 닿을 수 없다.
이렇게 천하 사람들을 모아놓고 불법을 드날리는 것은 명명백백한 근본뿌리가 있고, 금강보검이 있고, 빼어난 솜씨가 있기 때문이다.
근본도 없는 사람이, 그리고 제대로 된 실력도 없으면서 판을 벌릴 수 있겠는가.
언제 어디서 독화살이 날아와서 명줄을 끊어 놓을지 모르지 않는가.
이런 이야기가 맞다면 맞는 말이지만 사실 이 집안의 진짜 종풍은 허공에다 말뚝을 박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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