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강설/시중34/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8. 31. 17:47
 

 

시중 34

 

14-12 삼계가 오직 마음이다

道流

眞佛無形이요

眞法無相이라

儞祇麽幻化上頭

作模作樣하야

設求得者

皆是野狐精魅

幷不是眞佛이니

是外道見解니라

夫如眞學道人

幷不取佛하며

不取菩薩羅漢하며

不取三界殊勝하고

逈然獨脫하야

不與物拘니라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참 부처는 형상이 없고 참된 법은 모양이 없다.

그대들은 그와 같은 변화로 나타난 허깨비에서 이런 모양을 짓고 저런 모양을 짓는구나.

설사 그런 것을 구하여 얻는다 하더라도 모두 여우의 혼령들이며 결코 참된 부처가 아니다.

이는 바로 외도의 견해인 것이다.

진정으로 도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부처마저도 취하지 않으며 보살과 나한도 취하지 않고 삼계의 뛰어난 경계도 취하지 않을 것이다.

멀리 홀로 벗어나 사물에 전혀 구애되지 않는다.”

 

 

강의 ; 금강경에 ‘만약 형상으로서 부처님을 보거나 음성으로서 부처님을 구하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 것이다.

결코 여래를 불 수 없으리라.’라고 하였다.

이 단락은 금강경의 구절로 보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참 부처는 형상이 없다.

참 법도 그렇다.

또 금강경에 ‘일체 상을 떠난 것이 모든 부처라[離一切相 卽名諸佛]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천 부 만 불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서 무엇을 찾는다.

설사 거기서 무엇인가를 찾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 여우의 혼령들이다.

외도들의 소견이다.

진정한 불교인은 부처님도 취하지 않는다.

보살이나 나한도 취하지 않는다.

그런 것에 걸리고 속박되지 않는다.

부처와 보살로부터 멀리 벗어난다.

선게(禪偈)에 ‘부처님이 있는 곳에는 머물지 말고 부처님이 없는 곳에는 급히 지나가 버리라[有佛處不得住 無佛處急走過].’라는 말이 있다.

부처와 보살도 다 벗어낫는데 다시 무엇에 걸리겠는가.

참으로 시원한 말이다.

형연독탈 불여물구(逈然獨脫 不與物拘).

참 좋은 명구다.

乾坤倒覆하야도

我更不疑하며

十方諸佛現前하야도

無一念心喜하고

三塗地獄頓現하야도

無一念心怖하나니

緣何如此

我見諸法空相일새

變卽有하고

不變卽無니라

三界唯心이요

萬法唯識이니

所以

夢幻空花

何勞把捉가하니라

 

“하늘과 땅이 뒤집힌다 해도 나는 더 이상 의혹하지 않는다.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이 앞에 나타난다 하여도 한 생각도 기쁜 마음이 없다. 삼악도의 지옥이 갑자기 나타난다 하여도 한 생각도 두려운 마음이 없다.

어째서 그런가.

나는 모든 법은 공한 모습이라 변화하면 곧 있고 변화하지 않으면 없는 것으로 본다. 삼계는 오직 마음이고 만법은 오직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꿈이요 환상이요 헛꽃인 것을 무엇 하려 수고로이 붙드려는가.’라고 하였다.”

 

 

강의 ; 모든 현상들은 이런 저런 인연과 조건들에 의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를 일으키며 끝내는 소멸한다.

그리고는 다시 조건들이 맞아지면 다시 생기고,

생긴 뒤에는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한다.

변화를 거듭하면서 다시 소멸의 길로 들어선다.

이런 과정을 쉴 새 없이 반복한다.

이것이 모든 존재의 법칙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나 들리는 것이나 보이지 않고 들이지 않는 존재들도 역시 그렇다.

인간의 감정과 지식과 느낌 등 마음작용의 모든 것이 그렇다.

물질계에는 우리들의 육신이 그렇고 온갖 사물이 다 그렇다.

해가 지고 뜨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하는 일이 다 그렇다.

그래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중년들은 늙어간다.

늙어가는 일과 성장하는 일이 동일하다.

임제스님은 그와 같은 변화에는 이제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하늘과 땅과 부처와 지옥의 변화에도 전혀 동요가 없다.

그것들은 어차피 변화하는 것이고 텅 비어 공한 것인데 인연의 힘이 존재하는 동안만 눈앞에 나타난 허망한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흘러가는 구름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삼라만상과 세상의 만류가 오직 마음뿐이다.

만목청산(滿目靑山)이다.

눈앞에 펼쳐진 모습들은 오직 마음일 뿐, 형상이 형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형상에 속지 말라는 것이다.

삼조 승찬대사의 신심명(信心銘)을 빌어서 ‘인생사 세상사가 모두 꿈이요 환상이요 헛꽃인 것을 어찌하여 수고로이 붙드려는가.

이득과 손실과 옳고 그름을 이 순간 완전히 놓아버려라.’라고 경고 하고 있다.

진부하지만 중요한 구절이다.

불교의 핵심이다.

다시 한번 기억해 두어야 할 구절이다.

삼계유심 만법유식(三界唯心 萬法唯識). 몽환공화 하로파착(夢幻空花 何勞把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