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강설/감변9/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9. 5. 15:28
 

감변 9

 

 

21 나는 처음부터 그를 의심하였다

因普化

常於街市搖鈴云, 明頭來明頭打하고

暗頭來暗頭打하며

四方八面來旋風打하고

虛空來連架打하노라

師令侍者去하야

纔見如是道하고

便把住云, 總不與麽來時如何

普化托開云, 來日

大悲院裏有齋니라

侍者回擧似師한대

師云, 我從來

疑著這漢이로다

보화스님은 항상 거리에서 요령을 흔들며 말하였다.

“밝음으로 오면 밝음으로 치고,

어두움으로 오면 어두움으로 치며,

사방 팔면으로 오면 회오리바람처럼 치고,

허공으로 오면 도리깨질로 연거푸 친다.”

임제스님이 시자를 보내며 “보화스님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바로 멱살을 움켜잡고 ‘아무 것도 오지 않을 때는 어찌하십니까?’ 하고 물어 보라.” 하였다.

그대로 하자 보화스님은 시자를 밀쳐 버리면서,

“내일 대비원에서 재가 있느니라.”고 하였다.

시자가 돌아와 말씀드리니 임제스님이 말씀하였다.

“나는 벌써부터 그를 의심해 왔다.”

 

강의 ; 명두래 명두타(明頭來 明頭打) 암두래 암두타(暗頭來 暗頭打)는 아주 유명한 선어다.

밝음이란 세상에 공용(功用)도 있고 부처도 있고 중생도 있다는 의미다.

어두움이란 공용이 없고 부처도 없고 중생도 없다는 의미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사에서부터 노병사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그리고 능수능란하게 대처한다.

부처와 조사와 보살과 아라한의 문제라 하더라도,

여래선과 조사선과 향상일로의 문제라 하더라도 누워서 떡 먹듯이 해결한다.

천차만별의 일천칠백 공안뿐만 아니라 일만 칠천공안이라 하더라도 식은 죽 먹기다.

“아무런 일이 없고 어떤 문제도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것은 가위 천길 벼랑에서 사람을 밀어뜨리는 소식이다.

어떻게 감당하는가 다음을 보라.

“내일 대비원에 재가 있단다.

재 지내는데 가서 재밥이나 얻어먹자.”

캬! 이 자리는 불불 조조가 숨을 쉬지 못하고 천하 노화상들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자리다.

임제스님이 그를 의심했다는 말은 보화스님의 견처(見處)와 그가 법을 거량하는 것이 자신을 훨씬 능가하는 대단한 스님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누구도 따를 수 없고 가늠할 수도 없는 신묘불측(神妙不測)한 경지의 사람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