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쌍청의 종문을 드넓혔을걸 [能恢雙淸]
담 천연(湛天淵)은 천력 개원(天曆 改元:1328)에 봉산사 일원(一源)스님 회중의 윗자리 [前版]에서 불자를 잡았으며 제창할 법문을 일원스님에게 미리 바쳤는데, 그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상봉산 앞을 흰구름을 바라보며 걷노라니 구름은 걷히고 다시 퍼지며 우천정(禺泉亭) 위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 앉아 듣노라니 때로는 시끄럽다가도 다시 잠잠하여라. 눈으로 보는 곳에서 귀로 듣는 불사를 하고 귀로 듣는 곳에서 눈으로 보는 불사를 해야 관세음보살 뿐만 아니라 나도 그 가운데서 깨침을 보리라 [便見…]
일원스님이 “볼 수 있으리 [便見] '라는 두 글자를 가리키면서 이 두자가 있으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 되니, 이 두 글자가 없어야 비로소 나의 말이 된다고 하자 천연스님은 자기도 모르게 그 자리를 물러나와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환단(還丹:신선의 신약) 한 톨이 무쇠를 황금으로 만든다는 옛 말은 우리 스님을 두고 한 것이다.”
천연스님은 동서(東嶼)스님 문하에 뛰어난 제자로서 외모와 규범이 늠름하여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세간에 나와 지당(芝塘) 명인사(明因寺)의 주지를 지내다가 입적하였으며 민중 겸(敏中謙)스님과 함께 명성을 드날렸다. 민중 겸스님은 도력이 높고 성품이 훌륭하여 사람들에게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자였으며 동정 취봉사(翠峰寺)의 주지를 지내다가 입적하였다. 만일 조물주가 이 두 스님에게 장수를 누리게 했었더라면 마치 회당(晦堂)스님의 문하에 사심(死心), 영원(靈源) 두 스님이 있었던 것처럼 분명히 쌍청(雙淸:靈源惟淸, 草堂善淸)의 종문(宗門)이 넓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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