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44. 인과 변화의 이치, 수행과 기도의 영험 / 고정(古鼎)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0:25
 

 

 

44. 인과 변화의 이치, 수행과 기도의 영험 / 고정(古鼎)


경산사 고정(古鼎)스님은 태어날 때부터 난장이에 입술은 위로 뒤집혀 있어 이와 잇몸이 드러나 보이고 목소리는 맑지 못하며 피부는 거치르고 메말랐었다. 어느 관상가가 그의 얼굴을 보고 점치기를,

”네 가지 천한 모습이 난장이의 몸에 모여 있으니 이 사람 일생은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하다.”고 하였다. 스님은 이 말을 계기로 마음에 맹세한 후 관음대사(觀音大士)에게 기도를 드렸는데 낮에는 관음보살의 이름을 헤아릴 수 없이 외우고 밤에는 보살 앞에 몇천 배를 올리면서 20년 동안을 이렇게 수행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천한 모습이 복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어, 입술은 펴지고 이는 보이지 않았으며 목소리는 부드럽고 피부는 윤택하게 되었다. 그후 지난 날의 관상가를 또다시 만났더니 축하하였다.

”스님의 이제 모습은 옛 모습이 아닙니다. 더구나 벼슬할 수 있는 주름살이 생겨났으니, 머지않아 높은 자리에 올라 선풍을 크게 떨칠 것입니다.”

그 해에 융교사(隆敎寺)의 주지가 되어 세상에 나갔으며 다시 융교사에서 보타사(寶陀寺)로 옮겨갔고 보타사에서 또다시 중축(中竺)경산사의 주지로 승진되어 5년이 채 안되는 사이에 세 차례나 자리를 옮겼고, 경산사에서 12년간 주석하다가 79세에 입적하였다. 스님의 수행과 기도의 효험은 복과 수명을 더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모습마저도 변화시킬 수 있었다. 마치 남의 집 창고에 물건을 맡겨 두었다가 찾아오듯 쉽사리 이러한 일을 해내 우리처럼 게으른 자를 격려했다고 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