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추강 담(秋江湛)선사의 산 제사
태주(台州) 광효사(廣孝寺)의 추강 담(秋江湛)선사는 황암 단강(黃岩 斷江) 사람이다. 어려서 고향 화성사(化城寺)에서 잡역을 하다가 삭발하였다. 절의 오른쪽에 송암(松岩)이라는 높은 암벽이 있는데 그 꼭대기에 법륜사(法輪寺)터가 있었다. 이는 오대(五代)시대에 근(勤)스님이 창건한 절인데 오랫동안 황폐하여 유적이 잡초 속에 파묻혀 있었다. 어느 날 스님은 그곳에 이르러 구경을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처량한 감회에 젖어 마치 오랫동안 객지생활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듯한 마음에 차마 그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에 그 곁에 있는 큰 바위 아래에서 선정(禪定)을 하였는데 고을 사람들이 소식을 전해 듣고 서로 음식을 보내오고 재물을 내서 공사를 시작하여 사원을 일으키니 몇 해가 되지 않아 총림을 이루게 되었고, 또한 사원의 뒤 언덕에 부도를 세워 사후 일을 준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문도를 재촉하여 부도가 완성되었는지를 묻고 사람을 보내 그 절에 다니던 사람들을 두루 초빙하여, 약정한 날에 모두 산사에 와서 결별을 나누자고 하였다. 약속한 날이 되어 승속이 모두 모여 들자, 스님은 법륜사 주지 신도원(信道原) 등에게 음식을 마련하여 살아 있는 사람의 제사를 지내도록 하니 많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노인이 노망한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스님은 더욱 재촉하였다. 하는 수 없이 조촐한 제물을 차려놓고 제사를 올리니 스님은 당상에 앉아 음식을 받고 나머지 음식은 신도와 대중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신도원 스님등이 제문을 읽으면서 통곡을 하자 스님도 눈물을 흘리면서 일어나 관 속으로 들어가 편안히 좌정하였다. 이때 시주 주형지(周衡之)가 관음상을 들고와 찬(讚)을 써달라 청하고 대중들이 열반게를 청하니, 스님은 거침없는 필치로 써준 후 조금 있다가 입적하였다. 이 날은 4월 23일이었다. 스님은 육신이 차갑게 식기 전에 흙을 얹으라고 유언하였지만 대중은 차마 그러지 못하고 그 이튿날에야 관을 덮고 그 위에 부도를 세웠다. 스님의 속성과 사법관계 주지살이 등은 모두 용장준(用章悛)스님이 쓴 그의 전기에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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