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제1장)15. 홀로 사관을 지키다〔獨守死關〕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5:10

 

 

원(元)나라의 고봉 원묘(高峯原妙: 1238~1295)스님은 용수산(龍鬚山)에 9년간 살면서 싸리를 엮어 조그마한 암자를 만들고 겨울이나 여름이나 누더기 한 벌로 지냈다.   후에 천목산(天目山) 서암(西巖)의 바위 동굴 속에 배 모양의 조그마한 방을 꾸미고 현판〔榜〕에는 '사관(死關: 죽음의 관문)'이라고 써붙였다.

   위에서는 빗물이 새고 바닥은 축축하며, 바람과 비가 몰아쳤다.   공양물과 시자를 끊고 의복과 쓸 것을 물리치며 몸을 씻지 않고 머리도 깎지 않았다.   깨진 항아리를 솥으로 하고 하루에 한 끼니만 먹고 지내면서도 편안하게 여겼다.   동굴은 사다리가 없으면 오르지 못하므로 사다리를 치워버리고 인연을 끊었다.   비록 제자일지라도 스님을 우러러 뵌 사람이 드물었다.

 

   찬탄하노라.

 

   동굴은 하늘 높이 걸렸고

   절벽은 만 길이나 솟았다.

   희공(熙公)이 살더니

   고봉스님이 머무셨구나.

   참으로 멀리 티끌세계를 끊었네.

  

   지난날 나는 천목산에 올라 장공동(張公洞)에 들어가보고 천 길 바위 끝에 나아가 굽어보며 '사관(死關)'의 유적을 찾았다.   스님의 위엄스러운 모습이 황홀히 눈에 어렸다.   내 늦게 태어나 스님의 가르침을 친히 받지 못함을 슬퍼하니 눈물이 오랫동안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