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劉宋〕의 구나발마(求那跋摩)스님은 계빈국(罽賓國)의 왕족이다. 원가(元嘉) 8년(431)에 건업(建業)에 오자 황제가 질문하였다.
“과인은 재계를 지키면서 살생하지 않으려 하나, 나라의 정치를 주관하고 있는 몸이라 내 뜻대로 하지 못하니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스님이 대답하였다.
“왕이 닦아야 할 것은 필부와는 다릅니다. 즉 필부는 신분이 천하고 명예도 없으므로 사욕을 극복하며 고행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왕은 온 나라로 집안을 삼고 만백성을 자식으로 삼았으니 아름다운 말 한 마디에 모두가 기뻐하고, 선정 하나 베풀면 인간과 귀신이 화기롭게 됩니다. 또한 형벌로 생명을 꺾지 않으며 부역으로 백성들의 힘을 수고롭게 하지 않으면, 비. 바람이 때맞춰 오고 기후가 순조로와 큰 풍년이 듭니다. 이처럼 재계를 지니시면 재계도 성대해지며, 이같이 살생하지 않으시면 계율도 지극해집니다. 어찌 고기 한 끼 상에 올리지 않거나 새 한 마리 살려준 정도로 중생구제를 다했다 하겠습니까?”
황제는 의자를 어루만지며 찬탄하였다.
“속인은 원대한 이치를 모르고 사문은 일상적인 가르침에 막혀 있기 마련인데, 법사의 말씀은 진실로 밝게 깨달아 천인(天人) 사이를 통달했다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관리〔有司〕에게 칙명을 내려 필요한 물건을 공양하라 하고, 온 나라가 높이 떠받들었다.
찬탄하노라.
제왕이 불법을 믿지 않은 이유는
믿지 않는 사람의 허물일 뿐 아니라
설명하는 이들이 그 오묘함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나발마스님은
의미는 정확하면서도 말은 원활하며
솜씨 있게 설명하면서도 도를 어기지 않았으니
진실로 불법. 세간법에 융통하여
걸림이 없는 이라 하겠다.
훌륭하게 간언하며 도를 논했던 옛사람이라 해도
어찌 이보다 더하겠는가.
저 세속의 승려들은 편견을 고집하여
자신이 정도를 지녔다 말하나
왕이 승려들과 친하지 않으려는 까닭이
바로 이런 무리 때문이라는 것은 몰랐다 하겠다.
신룡(神龍)의 신통변화를 지렁이가 알 바 아니라 한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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