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晋)나라 혜영(慧永)스님은 천태종의 종장(宗匠)인 혜원(惠遠)스님과 함께 여산(廬山)에 거처하고 있었다.
진남장군(鎭南將軍)인 하무기(何無忌)가 심양(尋陽)군수가 되자, 호계(虎溪)에 머물면서 평소부터 존경하던 혜영과 혜원스님을 청하였다. 혜원스님을 모시고 있던 100여 명의 스님들은 모두 단정하고 엄숙하여 위엄이 있었다. 그러나 혜영스님은 누더기에 짚신을 신고 지팡이를 짚고 발우를 지닌 걸승(乞僧)의 모습으로 소나무 아래에 표연히 이르렀는데, 그 태도가 더없이 태연자약하였다. 하무기가 그런 혜영스님의 모습에 감탄하여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혜영스님의 맑고 소박한 모습은 혜원스님보다 더 훌륭합니다."
찬탄하노라.
혜원스님을 시종했던 100여명의 스님들은
백련사(白蓮社)의 영현(英賢)들이었네.
그런데도 하공(何公)은 혜영스님을 높이 찬양하는구나.
요즈음의 승려들은
종을 거느리고 일산을 펴들며
온갖 물건이 든 상자를 걸머지게 하여
높은 사람의 문전에 드나들며
그들의 대열에 끼고자 한다.
이런 승려들을 하공이 보았다면
또 무엇이라고 탄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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