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제7장) 9. 세 번이나 조서를 내려도 가지 않다〔三詔不赴〕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7:52

 

 

 

당(唐)의 분주(汾州) 무업(無業 : 760~821)스님은 섬서(陝西) 옹주(雍州) 사람이다.    목종(穆宗)이 좌가승록(左街僧錄)인 영부(靈阜)스님에게 영을 내려 조서를 가지고 무업스님에게 가서 그를 일어나게 하라 하였다.    스님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빈도가 무슨 덕으로 임금을 여러번 번거롭게 하겠는가.    그대는 먼저 떠나도록 하라.    나는 즉시 뒤따라 가리라.”

   그리고 나서 목욕하고 좌구를 펴고 앉더니 문인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의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성품은 태허공(太虛空)과 수명이 같고, 일체의 경계는 본래 스스로가 공적(空寂)하건만, 미혹한 사람은 이를 알지 못하고 즉시 경계에 현혹되어 끝없는 생을 유전한다.    일체가 공적함을 항상 알면 어떠한 법에도 망정(妄情)을 내지 않으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이 말을 마치자 단정히 앉아서 한밤이 되자 돌아가셨다.    영부스님이 되돌아가 이 사실을 아뢰자 황제는 크게 공경하고 찬탄하면서 시호를 대달국사(大達國師)라 하사하였다.    스님은 현종, 목종의 양조(兩朝)를 지내오면서 3번이나 조서를 받았으나 가질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