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經五家解·덕민스님

대승정종분/3/이 같이 머무르고 이 같이 항복받아라

通達無我法者 2008. 9. 28. 21:10

 

 

금강경 법문은, 침묵의 자리(空)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던 해공제일(解空第一) 수보리가 그 침묵의 자리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대중의 대변자가 되어서, 침묵에 들어계신 부처님께(→법회인유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질문하고(→선현기청분), 수보리의 질문을 받은 부처님께서는 침묵에서 나와 묘유의 진리를 얘기하는 장면으로(→대승정종분) 이어지며 넝쿨처럼 펼쳐져 나갑니다.

부처님께서는 수보리의 질문에 대해 ‘이와 같이 머무르고 이와 같이 항복받아라’ 라고 응답해주면서 구류중생을 제도해야 한다는 대원력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여 주십니다. 부처님께서 언급하신 구류중생은 고대의 인도사람들이 사유했던 우주론에 맞추어 설명된 것인데 삼계(욕계, 색계, 무색계)에 속한 중생, 사생(태(胎), 란(卵), 습(濕), 화(化))로 분류되는 중생)에 속한 중생, 팔난(농맹(聾盲) 등 부처님 법문을 듣지 못하는 여덟 종류의 중생)에 속하는 중생 등 일체중생을 모두 포함하는 것입니다.

법계의 살림살이가 충만해지면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탐진치가 치성하거나 선정삼매에 들었거나, 일체의 모든 중생들은 꿈틀거립니다. 나무는 신록으로 물들고, 돌은 단단하게 굳어지고, 벌레들은 기어다니고 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불성을 머금고 꿈틀거리는 모든 중생(一切衆生皆有佛性)을 위해 보리심을 발한 수행자는 사심(廣大心, 第一心, 常心, 不顚倒心)을 가지고 제도하기를 권하십니다.

그러나 중생을 무여열반의 자리로 끌어올리는 큰 원력을 실천하되, 중생을 제도한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고(無相, 無住) 강조하십니다. 이렇게 중생제도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아야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인류역사상 유례없는 혁명적인 가르침입니다. 고집멸도의 사성제, 팔정도의 실천을 가르쳤던 초기(아함시, 방등시)의 설법을 통해 근기가 숙성한 대중을 위해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이라는 큰 법문을 열면서 사성제와 팔정도를 뛰어넘어 생명의 근원이면서 절대적인 평등과 적멸의 상태인 침묵의 자리에 대해 언급해주십니다.

실로 생명의 근원에서는, 적멸의 차원에서는 중생제도라는 흔적이 붙어 있을 수 없습니다. 보시, 인욕 등의 相도 붙을 수 없고 能所의 벌어짐도 없습니다. 금강경을 배우는 우리도 침묵의 자리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과 향기를 느끼는데 철저하게 공을 들여야 합니다.

三界普度 故云廣大心也 初句 標 若卵下 列 列中 文三 一 受生差別 天獄 化生 鬼通胎化 人畜 各四 諸餘微細 水陸地空 不可具分品類 卯劣在初者 二釋 一 約境 具緣多者 爲首 二 約心 從本至未 爲次 二 依止差別 有色 四禪 無色 四空 三 境界差別 功德施 云有想 則空識二處 無想 則無所有處 若非等 則有頂

삼계(三界 ; 욕계, 색계, 무색계) 중생을 모두 제도하기 때문에 광대심이라 한다. 첫 구절(→‘所有一切衆生之類’)은 標한 것이요, 약난(若卵 ; ‘난생 태생~’) 이하는 열거한 것이다. 열거한 가운데에 문장이 세 개가 있으니,

1) 생을 받는 모습에 따른 차별이니, 천당과 지옥은 화생(化生)이요, 귀신은 胎生과 化生에 통하고, 인간과 축생은 각각 네 가지(卵胎濕化)에 다 해당된다. 그 나머지 미세한 수륙(水陸)과 지공(地空)에 사는 중생은 품류를 나눌 수는 없다. 난생(卵生)이 (태생보다)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열거된 것은 두 가지 해석이 있으니, 첫째는 경계를 잡아 해석한 것으로서 인연이 많기 때문에 처음에 열거된 것이고, 둘째는 마음을 잡아 해석한 것으로서 근본으로부터 지말에 이르기까지의 순서대로 열거하였기 때문이다.

2) 의지하여 머무르는 데에 따른 차별이니, 유색은 사선(四禪)이요, 무색은 사공(四空)이다.

3) 경계에 머무르는 데에 따른 차별이니 공덕시론에서는 ‘유상(有想)은 공무변처(空無邊處)와 식무변처(識無邊處)요, 무상(無想)은 무소유처(無所有處)요, 약비 등은(若非有想非無想) 제일 꼭대기에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보충설명>
受生差別: 무명으로써 지은 업에 의해 생을 받는 것.
사선(四禪): 욕계의 미혹을 벗어나 색계(色界)에 속하는 네 가지 단계의 禪의 경지. 초선(初禪)에서부터 제4선까지를 말함. 사선정(四禪定)이라고도 함.
사공(四空): 사공처(四空處). 무색계에서의 네 가지 공처정(空處定)의 선정에 들어있지만 중생제도를 외면하기 때문에 구류중생에 속한다.
공무변처(空無邊處): 물질로 구성된 존재가 절대 무(無)인 공간의 무한성에 대해 삼매에 이른 경지. 일체의 물질적 속박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일체의 작의(作意)가 없고, 무변의 공을 관(觀)하는 경지. 무색계의 4군데 중 첫 번째.
식무변처(識無邊處): 공무변처를 넘어 식(識)을 무변(無邊)으로 관(觀)하는 선정. 인식작용의 무한성에 대한 삼매의 경지.
무소유처(無所有處):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삼매의 경지. 무색계 사처(四處)중 세 번째 경지.

 

출처:법보신문/덕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