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經五家解·덕민스님

고전 맛보기 - 탁한 물을 가라앉혀 맑은 물을 구하라

通達無我法者 2008. 9. 29. 05:51

 

1. 莊子 內篇 大宗師 第六 中에서

夫藏舟於壑 藏山於澤 謂之固矣
대저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그물을 못에 감추어서
그것을 단단히 잘 감추었다고 생각한다.

然而夜半有力者 負之而走 昧者不知也
그러나 한 밤중에
힘센 사람이 짊어지고 달아나도
몽매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藏小大有宜 猶有所遯
작은 것을 큰 공간에 감추는 것이
마땅하게 여겨지겠지만
오히려 훔쳐 달아날 수가 있다.

若夫藏天下於天下 而不得所遯
만약 저 천하를 천하에
감춘다면 가지고 달아날 수 없다.

是恒物之大情也
이것이야 말로 항상스런 물건의 실제 정황(實情)이다.

<보충설명1> 藏山於澤의 山은 그물을 말합니다.
<보충설명2> 남들이 훔쳐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깊이 감추어 놓는 것이 범부의 마음입니다. 보살의 광대심, 제일심, 항상심 등과 견주어 보면 얼마나 불안정한 마음입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내 몸을 내 것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순간의 내 몸은 죽음이 조금씩 조금씩 당겨 가고 있습니다. 내 몸도 그런데 하물며 내가 가진 물건을 어찌 영원히 내가 간직할 수 있겠습니까?

<보충설명3> 천하 이상으로 큰 것이 없는데 이 천하를 가져다가 감출 공간이 있겠습니까? 허공을 옮겨서 허공에 감추는 것과 같은 이치이고, 내 마음을 가지고 내 마음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애착하는 물건은 아무리 크고 깊숙한 공간에 감춘다 하더라도 잃어버리게 마련이지만 그 것을 천하와 한 몸으로 여기고 아무 곳에라도 놔두면 결국 천하에 있는 것이고 나와 함께 있는 것이지 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창문에 발라 놓은 닥종이를 생각해 봅시다. 창호지가 되기 이전의 닥나무, 닥나무가 자라기 이전의 씨앗, 닥나무를 자라도록 쪼여준 햇빛, … 등등, 작은 닥종이 한 장에 천하가 다 들어있는 이 이치를 볼 수 있어야 금강경의 이치도 꿰뚫을 수 있습니다.

소중한 것을 천하와 하나로 묶어서 뭉쳐두거나 허공 같은 마음속에 감추어 보십시오. 잃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모습 없는 것을 모습 없는 곳에 감추어야 금강경을 공부하는 수행자의 살림이 되는 것입니다.

<보충설명4>是恒物之大情也: 세상의 물건을 항상 그대로 놔두고 갈무리 하는 참된 정황을 발합니다.

2. 夾山善會선사의 염송
(船子德誠화상의 법을 듣고 깨달아서 지은 시)

荷葉團團團似鏡
菱角尖尖尖似錐
風吹柳絮毛毬走
雨打梨花蛺蝶飛

연잎은 둥글고 둥글어서
둥글기가 거울 같고,
마름은 뾰족하고 뾰족해서
뾰족하기 송곳 같네.
바람이 버들 솜에 부니
솜털 공이 달아나고,
비가 배꽃을 때리니
흰 나비처럼 날아가네.

<보충설명1> 둥근 연잎은 연꽃을 피우게 하는 근본이므로 체(體)를 말하고, 연잎에서 올라와 피어나는 연꽃은 작용을 말합니다. 또, 연잎은 모양이 둥글어서 원만한 진리(體)로 비유되며 마름은 모양이 뾰족하여 差別相(現相)으로 비유됩니다.

그런데 日常의 差別相과 번뇌망상이 모두 근본인 마음에서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억지로 제거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그 모습의 당처(當處)를 직관해야 합니다. 즉, 맑은 물을 구하기 위해 탁한 물을 놔두고 새로 샘을 파는 것이 아니라, 탁한 물을 그대로 가라앉혀 맑은 물을 구하는 것과 같이 근본되는 당처를 직관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망상을 제거하려고 애쓰는 것은 망상에 걸려있는 것입니다. 본래로 갖추고 있는 청정심을 관하면 망상의 당처를 보고 보리심을 얻는 것입니다.

<보충설명2> 버들 솜은 바람이 부는 대로 버드나무에서 떨어져 나와 이리저리 날아다닙니다. 버들 솜 안에는 버드나무의 씨앗이 들어있습니다. 즉, 버드나무의 본체가 버들 솜에 응집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묘유가 꽃피워 모습을 달리하지만 본질이 같아서 어느 곳에 가더라도 자유스럽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충설명3> 배꽃과 흰 나비는 서로 모양이 다르지만 희다는 속성은 같습니다. 이것은 절대 평등의 모습에서 차별의 모습이 벌어지고 또 서로 다르지만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圓覺經 淸淨慧菩薩章 中에서

居一切時 不起妄念
於諸妄心 亦不息滅
일체의 생활에서
망념을 일으키지도 말고
모든 망상을 쉬어 멸하려는
생각도 하지 말지어다.

住妄想境 不加了知
於無了知 不辨眞實
망상 경계에 머물러 요달하여
알려고 힘쓰지 말고
요달하여 아는 것마저도 사라져버린
그 자리에서 진실도 가려내지 말지어다.

<보충설명>
1. 居一切時 不起妄念: 우리의 생활 그 자체가 청정한 진리의 현현이라는 의미이니, 협산 선회 선사의 염송에서 荷葉團團團似鏡의 句와 같은 뜻입니다.

2. 於諸妄心 亦不息滅: 망심도 청정심이라는 근본에서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제거하려 들지 말고 그 당처인 공을 직관하라는 뜻이니 협산 선회 선사의 염송에서 菱角尖尖尖似錐의 句와 배대시킬 수 있습니다.

3. 住妄想境 不加了知: 버들 솜의 자유스런 모습 속에 인연이 되면 발아할 본체의 씨앗이 응축되어 있는 것과 배대 시킬 수 있습니다.

4. 於無了知 不辨眞實: 분별상을 일으키지 말라는 뜻이니, 배꽃과 흰나비를 한 모습으로 보는 것과 같습니다.

 

출처:법보신문/덕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