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經五家解·덕민스님

이상적멸분/2/일체의 상 끊어진 것이 곧 부처

通達無我法者 2008. 10. 5. 07:12

 

 

 
<사진설명>덕민 스님은 “‘희유’는 평상심 가운데 있으며 일상생활 곳곳에 두루두루 있다”고 설명했다.

不熱火不寒 土不濕水不乾 金剛脚踏地 幡竿頭指天 若人信得及 北斗面南看
얼음은 뜨겁지 않고 불은 차갑지 않으며, 흙은 습하지 않고 물은 마른 것이 아니로다. 금강역사의 다리는 땅을 밟고 있으며, 깃발은 장대에서 하늘 향해 날리도다. 만일 어떤 사람의 믿음이 지극하면, 북두칠성을 남쪽하늘에서 바라보리라.

〈보충설명〉 ‘희유’는 평상심 가운데에 있으며 일상생활 곳곳에 두루두루 있지만, 북쪽이다 또는 남쪽이다 하는 고정관념을 깨버려야만 합당하다는 뜻입니다.

何以故 此人 無我相 無人相 無衆生相 無壽者相 所以者何 我相 卽是非相 人相衆生相壽者相 卽是非相 何以故 離一切相 卽名諸佛
“왜냐하면, 이 사람은 아상도 없고 인상도 없고 중생상도 없으며 수자상도 없을 것이니, 그런 까닭에 아상이 곧 비상(非相)이며 인상 · 중생상 · 수자상도 곧 이 비상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오면, 모든 모습이 뚝 끊어진 그 자리가 바로 부처님이라 이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冶父]心不負人 面無色
배신하지 않는 마음을 지닌 사람은 얼굴에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도다.

〈보충설명〉 일체의 상이 뚝 끊어진 사람이 곧 부처님이라는 말을 보충하기 위한 고일착입니다.

舊竹生新荀 新花長舊枝 雨催行客路 風送片帆歸 竹密不妨流水過 山高豈白雲飛
묵은 대밭에서 새로운 죽순이 올라오고, 새로운 꽃이 묵은 가지에서 피었도다. 비는 나그네의 걸음을 재촉하고, 바람은 쪽배를 돌려보내도다. 대나무가 빽빽해도 물의 흐름 방해하지 않는데, 산이 높다한들 어찌 흰 구름 나르는 것 막겠는가?

〈보충설명1〉 묵은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로운 것은 수보리의 깨달음을 비유한 것입니다.

〈보충설명2〉 비가 내리고 나그네의 발길이 빨라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바람과 쪽배, 대나무와 강물, 산과 구름도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無相으로 함께 어울리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룹니다. 묵은 것에서 새 것으로 이어지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보리의 깨달음도 無相으로 어울리기 때문에 그 조화가 더욱 돋보이는 것입니다.

佛 告須菩提 如是如是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도다. 그렇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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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어서 두 번째로 두보의 삼별(三別) 가운데 하나인 수노별(垂老別)을 소개합니다. 垂老는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人生事도 거의 손 놓은 연령대의 노인을 말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垂老別은 아들과 손자, 그 밖의 다른 식구들이 전쟁터에서 모두 죽고 늙은 부부만 살아남았는데, 또 다시 늙은 부인을 남겨두고 전쟁터로 끌려가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읊은 것입니다.

垂老別 - 杜甫

四郊未寧靜 垂老不得安
子孫陣亡盡 焉用身獨完
사방이 아직도 고요하지 못하니, 늙은이의 목숨도 편안 할 날 없구나.
아들 손자 모두가 전쟁에서 죽었는데, 어떻게 혼자만 온전하리오.

投杖出門去 同行爲辛酸
幸有牙齒存 所悲骨髓乾
지팡이 내던지고 문 밖으로 나가니, 동행하는 사람들도 마음 아파하네.
다행히 어금니는 남아 있으나, 골수는 바싹 말라 슬프구나.

男兒旣介 長揖別上官
老妻臥路啼 歲暮衣裳單
사나이 이미 갑옷을 걸쳐서, 상관에게 길게 읍하고 이별하니,
할멈이 길에 누워 통곡하는데, 날은 춥건만 홑옷만 입고 있네.

孰知是死別 且復傷其寒
此去必不歸 還聞勸加餐
누가 이것이 죽음의 이별일 줄 알리오. 추위가 다시 살을 저미누나.
들릴 듯 말듯, “이제 가면 반드시 돌아오지 못합니다. 밥이라도 잘 챙겨 드십시오!”

土門壁甚堅 杏園度亦難
勢異城下 縱死時猶寬
“흙으로 쌓아올린 문과 벽도 아주 견고하고, 행원도 물이 불어 건너기 어렵다오.”
“형세가 업성의 함락 때와 다르니, 죽었다는 소식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여기시오.”

人生有離合 豈擇衰盛端
憶昔少壯日 遲廻竟長歎
인생에는 이별과 만남이 있는 것이지만, 어찌 몰락과 왕성의 때를 고를 수 있겠는가.
지난 날 젊은 시절 돌아보건대, 머뭇머뭇 거리다가 긴 탄식만 흘리누나.

萬國盡征戍 烽火被岡巒
積屍草木腥 流血川原丹
온 나라가 전쟁의 와중이니, 봉화불이 이산 저산 꺼지지 않고,
시체 쌓여 초목까지 비린내가 스미고, 흐르는 피에 냇물은 온통 붉게 물들었네.

何鄕爲樂土 安敢尙盤桓
棄絶蓬室居 然肺肝
어느 곳이 극락정토 되겠는가? 어찌 감히 우물쭈물 하겠는가?
초라한 집에 할멈을 버려두고 떠나니, 오장육부 무너지고 끊어지듯 하누나.

〈보충설명〉
1. 焉用身獨完: 차라리 전쟁에 끌려 나가는 것이 더 낫겠다는 의미. ‘焉’은 ‘어찌 하(何)’의 뜻.
2. 所悲骨髓乾의 ‘乾’은 ‘하늘(건)’이라는 뜻이 아니고 ‘바짝 말랐다(간)’라는 뜻.
3. 此去必不歸: 必이 不歸의 앞에 있으므로 不必歸 보다 강한 표현. ‘절대 못 돌아온다’는 의미.
4. 還聞勸加餐에서의 환문(還聞)은 또렷한 말을 직접 듣는 것이 아니고, 들릴 듯 말 듯 여운을 울리며 흐느끼는 말을 듣는 것.
5. 杏園: 하남성의 하양 땅에 있는 물.
6. 遲回: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머뭇거린다는 뜻. 〈계속〉
 
 
출처:법보신문/덕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