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스님

일타스님-<기도> 제3장 - 제2절 (1) 기도로써 수행의 기틀을

通達無我法者 2007. 5. 11. 15:48
 

 

◆수행자의 기도


사람들은 기도를 현실적인 소원 성취 또는 현재 처한 고난을 벗어나는 방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기도의 결실은 그 정도로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도는 오도(吾道)의 한 방법으로서, 수행의 걸음마 단계에 있는 사람에게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또한 기도를 통하여 특별한 수행의 경지를 이루게 됨은 물론이요, 도를 깨닫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말만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니므로, 실제 있었던 일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신심을 가다듬어 보자.


(1) 기도로써 수행의 기틀을


세상의 그 어떤 일이든 처음은 언제나 중요하다.

수행자의 길에 들어선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의 시작하는 마음, 그 첫 마음은 너무나 순수하고 완전히 비어 있으며, 완전히 비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따라서 처음 시작할 때 수행의 기틀을 올바로 정립하면,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부처님의 깨달음을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처음 출가한 사람들에게 신심을 다 바쳐 기도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업장을 녹이고 수행의 기틀을 잡을 것을 간곡히 권하곤 한다. 나 또한 수행 초기에 네 차례의 기도를 통하여 대발심(大發心) 용맹 정진한 일이 있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용성(白龍城)스님도 그러한 고승들 중의 한 분이다.


3,1운동 당시 33인의 한 사람이었던 백용성 스님은 천수대비주(千手大悲呪)를 외워 수행의 기틀을 바로잡은 고승이다.

유교 집안에서 태어난 스님이 불교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877년 14세 때의 일이었다. 꿈속에서 부처님의 수기(授記)를 받고 불경을 보기 시작했고, 남원 덕밀암(德密庵)으로 출가하였으나 부모님의 강한 만류로 집에 돌아와야만 했다.

그 후 2년이 지난 16세 때 해인사로 찾아가 화월(華月)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정식으로 출가하였으며, 17세 때 의성 고운사의 수월(水月)스님을 찾아가서 소년답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나고 죽음은 인생에 있어 가장 큰일입니다. 모든 것은 무상하여 날로 변합니다. 어떻게 해야 생사도 없고 변하지도 않는 ‘나’의 성품을 볼 수 있습니까?”


그러나 당대의 대고승인 수월스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먼저 천수대비주를 외울 것을 권하였다.

“지금 숙업(宿業)이 무겁고 장애가 많아 견성법(見性法)을 너에게 일러주어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대비주(大悲呪)를 부지런히 외우면 업장도 소멸되고 마음도 맑아져서 저절로 길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얼마 동안은 아무 생각 말고 대비주만 외우도록 하여라.”


수월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스님은 대비주를 10만 번 외우기로 스스로 다짐하고 부지런히 외웠다.

9개월에 걸쳐 대비주를 10만 번 외워 마쳤을 때 스님은 양주 보광사 도솔암(兜率庵)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불현듯 한 가지 의문이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산하대지와 삼라만상에는 모두 근원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의 근원은 무엇인가?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근원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이 의문을 일념으로 생각한 지 엿새가 되었을 때, 마치 깜깜한 방에 등불이 밝혀지듯 그 근원을 확연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뒤 용성스님은 ‘무(無)’자 화두를 꾸준히 참구하여 확철대오(廓徹大悟)하였으며, 일제의 대처 불교에 대응하여 대각교운동(大覺敎運動)을 전개하고 역경 사업에도 크게 공헌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스님의 깨달음과 모든 활동에 10만 독(讀)의 대비주가 힘의 원천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을 해야만 한다. ‘대비주’도 좋고 ‘관세음보살’도 좋다. ‘나무아미타불’도 좋고 ‘마하반야바라밀’도 좋다. 무엇이든 한 가지를 택하여 부지런히 염하여 보라. 특히 지금 불법의 문턱에 들어선 사람이면 꼭 한 차례 깊이 기도를 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교리나 의심도 나지 않는 화두를 들고 마구잡이로 씨름하기보다는, 스스로 마음을 정하여 업장을 녹이고 신심을 북돋울 수 있는 기도를 한바탕 열심히 하는 것이 장래의 수행에 훨씬 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불보살의 가피를 입을 때까지, 아니면 7일 또는 삼칠일의 용맹스런 기도나 백일기도를 올리게 되면, 처음 출가했을 때의 순수한 그 마음에 믿음의 뿌리를 깊이 내리게 되어 해탈의 세계로 쉽게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