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증> 1936년 3월 3일 가야산 해인사에서 수계득도하고 받은 승려증
평화가 넘쳐 흐르는 세계
허공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고 깨끗한 우리들의 마음속에 둥근 해가 높이 떠올라 삼라만상을
밝게 비추니, 거룩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황금으로 성을 쌓고 백옥으로 땅을 덮어 기화요초(奇花搖草)가 만발한데 진금이수(珍禽異獸)들이
즐겁게 춤을 춥니다.
평화와 자유로써 모든 세계 장엄하여, 고통은 아주 없고 행복만이 꽉 찼으니 극락,
천당 빛을 잃고 부처님들도 할 말이 없습니다.
개개(個個)가 영원이며 물물(物物)이 무한하고, 탕탕무애자재하여 시공(時空)을 초월하고
시공(時空)을 포함하니, 신비한 이 세계를 무어라 형용할지 말문이 막힙니다.
푸른 물결 속에 붉은 불기둥 솟아나며, 험한 바위 달아나고,
나무 장승 노래하니 참으로 장관입니다.
성인과 악마는 부질없는 이름이니, 공자와 도척이 손을 맞잡고 태평성세를 축복합니다.
이는 허황한 환상이 아니요, 일체의 참모습이니 눈을 감고 앉아서 어둡다고 탄식하는 사람들이여!
광명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대립과 투쟁은 영원히 사라지고 평화만이 넘쳐흐르는 이 세계를
눈을 들어 역력히 바라보며 함께 찬양합시다.
(1985년 신년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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