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입출식념경(入出息念經)

4. 만인에 대한 붓다의 자비

通達無我法者 2007. 12. 7. 11:45

4. 만인에 대한 붓다의 자비

 

이때 석존은 묵연히 앉아 있는 비구들을 둘러보시며 여러 비구에게 고하셨다.
"비구들이여, 이제 그대들은 묵묵히 말을 하지 않는구나.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묵묵히 말을 하지 않는구나. 청정하고 참됨에 안온히 머물렀도다.
비구들이여, 이제 그대들은 마땅히 우러러 받들며 공양 합장하여 모실 비구들이다. 그대들은 이 세상에서 더없이 거룩한 복전이니라. 비구들이여, 이 자리에 있는 비구들, 이 무리에게 베풀면 작은 베품도 많은 것이 되고, 많은 베품도 더욱 많아지는 이와 같은 무리로다.
비구들이여, 실로 그대 비구들이여, 여기 모인 그대 비구들은 이 세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희유한 무리들이로다. 여러 비구들이여,실로 이 비구대중, 비구들이여, 여기에 모인 그대들은 그대들을 만나기 위해서 수없이 먼 곳으로부터 먹을 것을 갖고 찾아가더라도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니라. 여러 비구들이여, 여기에 모인 비구들은 이와 같은 사람이로다."

해설
불교는 당시 사회에서 굳게 자리잡고 있던 신분계급의 차별을 무시하고 교단에 귀의한 사람은 누구든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존귀하며 받들어모실 대상으로 대우했다. 그들은 어떤 이념에 의한 인위적인 제도가 아니라 오로지 붓다의 자비와 지혜에 귀의했다. 교단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는 가난한 사람, 천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우상을 받드는 사람의 아내나 가족이 모두 죽어서 홀로 남은 가난한 과부, 추위와 더위에 못 견디고 달려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하층계급의 사람들만이 석존의 대자비에 의지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지배계급이나 상층계급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도 붓다에게 귀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가다국의 아자타삿투 왕과 코살라국의 파세나지 왕이 그랬고, 바라문인 가섭 형제가 천 명의 제자를 데리고 석존에게 귀의했다. 사밧티시의 급고독 장자는 숲을 기증했다. 붓다께서는 이러한 모든 제자들을 한결같이 "비구여!"하고 다정히 부르셨다. 그리고 그들을 한결같이 평등하게 존중하고 아끼고 받들었다. 

경문에서는 붓다의 자상하고 따사로운 숨결이 느껴진다. 붓다는 모든 제자들을 무상의 복전으로 보셨고, 한없이 베풀어야 할 거룩함으로 보셨으며, 귀하게 받들어 공양할 지존한 존재로 보셨다. 무상의 복전이요, 더없는 복전이다. 복전이란 복덕을 낳는 밭이다. 흔히 불법승 삼보나 부모를 잘 맏들면 베푼 대로 그 공덕을 받는다 하여 밭에 비유한다. 붓다의 교단에 들어온 이는 무한한 복의 밭을 가진다. 가장 거룩한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베풀면 작은 것도 큰 것이 되고, 많은 것은 더욱 많아진다. 마치 밭에 곡식을 심으면 작은 씨앗이 점점 커져서 열매를 맺어 더욱 많은 곡식을 얻게 되는 이치와 같다.

도를 닦아서 법을 알게 되면 복전을 닦은 것이요, 복전을 가지는 것이다. 불법은 수천만 겁에도 만나기 어렵다. 하물며 그런 불법을 닦으러 온 비구들 역시 수천만 겁에도 만나기 어려운 희유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어찌 다시 보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겠으며 다시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부처님은 모든 제자들을 더없는 복전이요, 다시는 만나기 어려운 희유한 인연이므로 더없이 소중하고 거룩한 법의 맺음으로 보셨다.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이 나오고, 이렇게 행해지지 않으면 깨달음이 아니다. 법을 본 자는 법을 행하게 된다. 법을 본 자는 말과 행동이 법 그대로 되고 자비스러운 말과 온화한 얼굴로 대하게 된다. 붓다가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신 이 첫 말씀을 우리는 깊이 귀담아 들어서 부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