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요(禪要)

제칠편

通達無我法者 2008. 2. 18. 15:10

대중에게 보이는 말씀 (제칠편)

 

만일에 진정코 뜻을 결정하고 마음을 밝히려고 한다면

화두를 바르게 들어 먼저 평소의 팔식 가운데에 받아들인

일체의 착한 생각 악한 생각의 관념을 물리쳐 미세한 상대적인 망상이 붙지 못하게 한다.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 까지 우두커니 어리석은 사람과 같이하여

옛날의 어린아이 때와 다름이 없게 된 연후,

방석 위에 고요히 앉아 일어나는 상대적인 생각을 버리고

절대적인 화두에 철저히 부딪쳐서,

방편을 초월한 근본 마음을 항상 여의지 않고,

정밀하게 깊이 공구하며,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비밀한 뜻을 공구해서 쉬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간절하게 정성을 다하고,

두려워하여 털끝만큼도 끊임이 없게 하며,

움직이고 앉을 때에 끊어짐이 없게 차츰 깊이 공구하여

상대적인 관념이 무너져 버리게 하면

윽하고 지극히 깨끗한 곳에 이르게 된다.

 

비유하자면 사람이 멀리 다른 지방을 여행하다가 차츰차츰 길을 돌이켜서

이미 고향집에 돌아온 것과 같으며,

또 쥐가 소뿔에 들어갔을 때 얼른얼른 달려서

뾰쪽하고 뾰쪽해 밑을 다한 곳에 이르는 것과 같으며,

또 도둑을 잡아 도둑질한 물건을 찾음에 추궁하여

실정과 법의 이치가 함께 다하는 곳이 이르는 것과 같다.

 

즉 움직이지 않고 물러가지 않고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으며

한 생각 나지 않고 앞 생각 뒷생각이 끊어지며,

가장 수승하게 높고 귀하고 비유를 할 수가 없으며,

마치 만길되는 높은 언덕에 앉음과 같으며,

또 백척이 되는 장대 위에 머무름과 같은지라

 

한 생각 일으켜서 어긋나면 몸을 잃고 생명을 잃으리니,

장차 공이 아홉길(아홉길은 일곱자를 한인이라고 하는데 아홉길 되는 산을 만드는데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란다는 뜻으로 본다)을 이룸에 이르게 되었을지라도

간절히 모름지기 보림하여 완전히 이끌어야 한다.

홀연히 포행할 때 거닐고 앉고 누울 때를 당해서

알수 없는 의심이 알지 못할 줄을 참으로 알 때에

무심결에 한소리 하게 되면 마치 하늘 가득넘치게 차 있는 가시밭 숲속에

죽어 있다가 한 가닥의 몸을 빠져 나가는

살길을 찾아서 얻은 것과 같이하리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만일에 진노에 빠져서 더욱 공부를 계속할 노력을 하지 않는 다면

물 위에 떠 있는 나무가 그 성품이 실로 물속으로 내려가는 것이라

잠시동안 몸이 가벼움을 얻으나 물속에 잠기고 불어남을 견디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또 뜰 가운데 꽃이 비록 모양과 향이 다 아름다우나

하루 아침에 모양이 시들고 향기가 없어지면

다시 가히 사랑할 것이 없는 것과 같으며,

또 농부가 밭에 씨앗을 심을 때 비록 그 싹이 있으나

공을 들인 힘이 부족하며 마침내 열매를 이루지 못함과 같으며,

가난하여 걸식하는 아이가 적은 것을 얻고 만족하게 여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래오래 하면 싹이 다시 돋아나고 가시가 다시 나서 물질의 지배를 받는 바가 되니

마침내 잠기고 빠져드는 경지에 들어가서

위없는 최상승의 청정한 열반을 증득할 길이 없을 것이니

어찌 그릇되게 앞의 공력을 헛되이 버리고 신도들의 신심있는 시주물을 녹일 수가 있으리오.

만일 뜻있는 대장부라면 정히 관념이 붙지 않는

절대적인 그 자리를 참구하는 속을 향하여 자취를 숨기고 번뇌망상이 없어지게 하고

화두를 돌이켜서 잠잠히 행동하고 비밀히 쓰되

혹 이십년 삼십년 일생에 이르기까지 마침내 일체 관념이 없어서

진실하고 쇄락하고 편안하고 당당함을 밟아서 바로 하여금

미세한 번뇌도 일어나지 않게 하고 한치의 생각도 일어나지 않게 하며,

가고 오는 것에 걸림이 없고 가거나 머무름에 자유자재하여

깨달은 응보의 인연이 죽음에 이르는 날에 물속에서 땅을 짚고 헤엄치는 것과 같이

틀림없이 취할 것이다.

 

만일에 다만 그럭저럭 화두정이 생길 무렵에

희마가 동시에 곁들여 계속해 나아가다가 화두 타파되어

의심이 없는 경지와 또 경전에 의지해서 화두를 지어가다가

사량복탁해서 화두가 타파되어 의심이 없는 경지등

여러 가지 병통이 있는 사람이,

입으로는 깨달은 후 보림을 한다고 말하니 용의 머리요 뱀의 꼬리일진대

특별히 부처님 법의 문중으로 하여금 거짓으로 마음을 깨달은

요사스럽고 삿된 출가자가 있다는 문제점이 있게 할 뿐 아니라,

또한 훗날 출가하는 사람의 처음 발심한 마음을 물러나게 할 것이다.

 

위와 같이 기록한바 조그마한 견해는 모두가 이 가난한 사람이

풀과 나무를 먹어서 배고픔을 벗어남이요

배부른 사람은 참고 견디어 공양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러한 법문을 하여서 먼 훗날을 기다리노니

누군가 이 법문에 의지해서 마음을 크게 깨닫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가끔가끔 도를 배우는 선비가 출가 본래의 뜻을 망각하고

한결같이 묵조 사사배를 따르면 악한 업을 행하여서

확철대오를 구하지 않고 망령되어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마음을 깨닫게 된 인연의 설화와 옛 스승들의 화두 공안을 가지고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나하나

생각으로 헤아려서 말하고

의리로 따져서 주해를 붙이고

쪼개서 대목을 나누고 하여

번갈아 스승과 제자 사이에 서로 전해주고 연결시켜서

밀밀히 보배처럼 간직하여 최고의 경지도 삼고

문득 이에 계율을 지키지 아니하여 인과를 없는 것이라고 무시하며

내가 제일이라는 아상 인상이 더욱 갈수록 울퉁불퉁하여

제멋대로 행하는 것을 보게 되고

탐심과 화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의 탐진치 삼독은 배나

더욱 치성하여 더욱 심하여지나니,

이와 같은 무리는 삿된 마구니의 외도에 떨어져서 영원히 삿된 마구니의 권속이 되는 것을 면하지 못하리라.

 

만일에 어떤 사람이 삿된 마구니 외도를 아직 만나지 아니해서

처음 발심한 마음을 져버리지 않았다면

마땅히 허망하고 무상함이 빠르고 빠른 것임을 생각하며

통스러운 바다에 빠져 흘러가면서 육도에 윤회하는 것을 통절히 생각하여

두 끼니의 죽과 밥이 눈앞에 이루어 질때와

백가지 사용하기를 원하는 도구와 준비물이 편리하고 마땅한 이러한 때를 놓치지 말고

그 시기를 이용해서 공부를 부지런히 해야 할 것이요.

 

죽음이 임박하여 공부하려고 마음을 먹는 그러한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위로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부처님과 조사스님의 마음 깨달음을 인가하는 것이며

큰 번뇌 미세한 번뇌의 일체관념의 장애를 받지 않고 직관하는 가운데 용심이 나오는

평상심의 묘한 법문이니 설사 기회와 인연이 서로 만나지 못하며

화두를 잡들 때 관념이 따라 붙기 때문에 정력이 더디고

화두 참구의 의심이 분명하게 되지를 않아서 공부가 충실하지 못하더라도

간절히 모름지기 목숨을 버리며 형상을 잊고 부지런히 고행을 실천하여

죽음에 이르고 그 삶을 버리도록 한 마음 변하지 않고 물러가지 말아야 한다.

 

다시 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거듭 다시 게송을 한마디 더 말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이 마음이 청정하여 본래 티가 없거늘

다만 탐심과 갈구하는 생각 때문에 물질의 지배를 받고 있음이 되었도다.

화두가 타파되여 전체가 들어나면 산.강.땅덩어리가 이 허공 꽃이리라.

 동쪽과 서쪽은 삼만이요,

남과 북은 팔천이라

미세한 티끌도 세우지 않고 한치의 풀도 생겨나지 아니하여

가고 오는 것에 걸림이 없어서 근본을 항상 여의치 않은 가운데서 밀밀하여

신통이 나서 자유자재함이니,

친히 이러한 말 속에 머물더라도 정히 이 근본을 버리고

새로이 점차로 닦아 들어가는 원돈문을 따르는 것이라

화를 이끌고 재앙을 부르는 것이다.

 

또 일러보아라 어떤 것이 이 근본인고.

주장자를 던져서 말씀하시기를 전륜왕의

세치되는 쇠로 만든 몽둥이를 던져 천하를 태평하게 이룬다 하더라도

분명히 온 세계가 세치되는 쇠로 만든 몽둥이에 의해서 평화가 유지 되었기 때문에

온 세계는 무기가 가득하게 되었다.(점차로 닦아 들어가는 점수돈오인 원돈문보다 확철대오하여 보림 경지에 들어가는 돈오점수가 한뜀에 부처가 되는 수승한 지름길임을 말한다)

 

 고개를 숙이고 하늘을 차고 고개를 우러러 땅을 찾는 것이다.

다리를 저는 모양과 손을 떠는 모양을 하여 멀고도 멀도다.

갑자기 서씨 집안의 열세번째의 잃어버린 아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찾고 보면 원래에 다만 그 자리에 있도다.

손으로써 무릎을 쳐서 한번 내려 말씀하시기를

이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죽음에 이르게 되면 또한 눈을 뜨고 귀신을 보게 될 것이다.


'선요(禪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구편  (0) 2008.02.18
제팔편  (0) 2008.02.18
제육편  (0) 2008.02.18
제오편  (0) 2008.02.18
제사편  (0) 2008.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