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심요(圓悟心要)

90. 침상인(琛上人)에게 주는 글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15:02
 





90. 침상인(琛上人)에게 주는 글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조주스님은 ‘뜰 앞의 잣나무’라고 대답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힘을 덜었다 하리라.



요즈음 참당하여 묻는 사람들은 성식(性識)에 어두워 오로지 말 위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다가 마침내는 어쩌지 못한다. 당초에 합당치를 못하여 드디어는 뱃속 가득히 의심을 품고 엉뚱하게 이해하고 엉뚱하게 생각해서 본분사에서 빗나가버린다. 본분사란 언어에도 있지 않으며, 사물에도 있지 않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하리라. 마치 館綱?불이나 번갯빛과도 같아서 거의 풍도와 법규를 드러내지 않으니, 잠깐이라도 알아차리려 하면 벌써 두 번째 세 번째에 떨어진다.



만약 단도직입으로 깨치려 한다면 모름지기 한 걸음 물러나 자기에게로 나아가서, 미친 마음을 쉬고 지견과 알음알이의 장애를 모두 깨끗이 없애야만 한다. 그리하여 시절인연이 무르익으면 별안간 깨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처럼 말하는 것도 벌써 너절한 설명들이니, 거듭 쓸데없는 짓을 하였다. 알아서 반드시 들어갈 곳이 있다면 다만 한 개의 공안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믿어 들어가 의심 없는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면 밥숟갈 드는 사이에 천 가지 만 가지로 겉만 바꿔가지고 오는 길고 짧은 구절, 많고 적은 구절, 있고 없는 구절 등을 일시에 투철히 벗어나게 되니, 여기에 어찌 두 가지가 있으랴. 이른바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 견성성불한다는 것이다.



한 번 얻으면 영원히 얻어, 자기의 보배창고에서 자기의 재물을 운반해 오니, 쓰고 누림에 어찌 다함이 있으랴. 보지도 못했느냐, 덕산스님이 용담(龍潭)스님 회상에서 종이로 감은 촛불을 입으로 훅 불어 꺼버리자, 활연히 깨닫고 말하기를 “오늘부터 천하 노화상의 혀끝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했던 것을. 그 뒤에 산에 주석하면서 비바람이 휘몰아치듯 했으니 참으로 성미가 급하다 하겠다. 단지 이처럼 참구하고, 이처럼 증득하며, 이처럼 작용할 뿐이다.

하려는 마음만 가졌다면 반드시 그대를 속이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