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연선인(宴禪人)에게 주는 글
귀종(歸宗)스님에게 어떤 스님이 와서 하직인사를 하자, 귀종스님은 말하였다.
“지금 바로 가서 보따리를 싸가지고 떠날 무렵에 찾아오면 그대에게 한 차례 불법을 말해 주리라.”
그 스님은 말대로 하여, 다시 방장실에 올라갔더니, 귀종스님은 “ 날씨가 추우니 조심해서 가게나”하였다.
귀종스님은 그에게 가득히 불법을 설해 주었고 그 스님은 마음을 비우고 아직 한번도 듣지 못한 법문을 들으려 했으므로 귀종스님은 그렇게 하였을 뿐이다.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그들 옛분들은 이 일에 있어서 빈틈없이 면밀했다는 점이다. 만일 불법이라고 부른다면 벌써 독약에 중독된 것이다. 안(晏)스님이 찾아와 이별을 하며 옛사람의 자취를 밟지 않으려 하나 그것 역시 처음부터 시작함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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