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속인과 어울려 술판을 벌이다가
주지(住持)란 모든 보살이 지혜로 머무는 경계에 머물러 [住]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륜을 잘 지키는[持] 자이니, 백장스님이 소위 불자주지(佛子住持)라고 이름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요즘 들어 주지가 되어 명리를 쫓는 이들은 그들의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지 모르는 자들이다. 그런 중에는 간혹 속인들과 사귀며 먹고 마시는 일에 빠져 지내는 이도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태주(台州) 홍복사(洪福寺)의 심석산(琛石山)스님은 절 주변에 사는 속인 방공권(方公權)과 사귀면서 서로 술자리를 돌려가며 날마다 먹고 마시는 것만을 일삼았다. 그 절의 감사(監寺)인 방(方)스님은 창고 일을 맡아 보기로 승낙을 받았었는데, 방공권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그를 모함하여 못하게 하였다. 이에 방감사는 앙심을 품고 방공권을 독살하려고 방장스님의 시봉에게 뇌물을 주어 그의 차 속에 독약을 넣었다. 그러나 공권이 석산스님을 존경하여 자기 찻잔을 돌려 먼저 드리자 석산스님이 그 차를 마시고 독살되었다. 방감사는 석산스님을 독살시킨 일이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어느 날 콩새 우는 소리를 들어보니 영락없이 “방감이 날죽여[方監殺我]”하는 것이었다. 이에 근심과 두려움이 더욱 심해져 마침내 병이 되었고 햇볕 보기를 겁내다가 짚을 씹으면서 죽어 갔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석산스님은 자기 직분을 지키지 못하고 속인과 사귀며 그들의 말을 들어준 데서 화근이 되어 마침내는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잃었으니 뒷사람들은 이를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콩새 [桑扈鳥]를 시골 사람들은 단마조(鍛磨鳥)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늦봄이 되어서야 운다. 세속에서는 그 울음소리를 “장감단마(杖監鍛磨:짱 찌안 뚜완 뭐)'라 하는데 이 중은 “방감살아(方監殺我:팡 찌안 싸 워)로 착각한 것이었다. 티후루 [提葫蘆]․쁘어삥찌아우 [婆餠焦] ․워뿌쿠 [脫布袴] ․니훠훠 [泥滑滑] 따위의 새는 모두 그 울음소리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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