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 원만하게 통한 도리
입으로는 천 권의 경전을 외우고 있으나
근본 바탕[體]에서 경전을 물어보면 알지 못한다.
불법이 원만하게 통한도리를 알지 못하고
한갓 수고로이 글줄을 찾고 글자를 헤아리네.
口內誦經千卷 體上問經不識
구내송경천권 체상문경불식
不解佛法圓通 徒勞尋行數墨
불해불법원통 도로심행수묵
- 「대승찬(大乘讚)」
인생을 보다 더 의미 있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불법을 공부한다. 불법을 공부하는 일의 가장 근본이 되며 기본이 되는 일은 무엇보다 부처님과 조사들의 가르침인 경전과 어록들을 읽고 외우는 일이다. 그러나 경전과 어록은 어떤 면에서 보면 불법은 아니다.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은 것이다. 즉 불법을 알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방편을 통해서 진정한 불법을 깨달아 알아야 한다. 손가락을 통해서 하늘에 있는 진짜 달을 보아야 하는 것처럼
그래서 보공(寶公, 418~514) 화상은 대승찬(大乘讚)을 통해서 방편과 실법을 바로 분별하여 알도록 가르치고 있다. 경전과 어록의 문자만 천 권을 외우고 진실한 법을 모르면 그것은 한갓 수고로이 책장만 넘기면서 글줄을 헤아리고 글자를 헤아리는 일에 불과하다. 근본 바탕인 본체를 깨달아 알아야 한다. 설사 경전을 모르더라도 존재의 참다운 이치를 깨달아 아는 사람은 불법을 아는 사람이다. 설사 팔만장경을 다 외우는 사람이라도 존재의 실상과 참다운 이치를 모르면 그것은 불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불법은 원만하게 통하여 있다. 원만하게 통한 것이 곧 불법[佛法圓通]이다. 또 도란 툭 터져 어느 곳이든지 막힘없이 다 흘러들어야[道是通流] 한다. 어디에도 어떤 일에도 존재의 바른 이치를 깨달아 아는 사람들은 막히지 않고 모두 통한다. 그것이 불법이며 그것이 도다. 결코 문자에 있지 않다. 문자를 익히고 외우는 일도 역시 이치에 막히지 않고 툭 터진 삶을 위해서다. 참선과 기도도 역시 같은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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