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의 명구·무비스님

음차십덕(飮茶十德) 9

通達無我法者 2008. 8. 13. 21:21

 

 

 

음차십덕(飮茶十德) 9

 

차는 도를 행한다.

以茶可行道

이차가행도

- 당(唐) 유정량(劉貞亮)

 

 

   당나라 조주종심(趙州從諗, 778~897) 스님은 옛 부처[古佛]라는 이름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도인이다. 시호는 진제며, 법명은 종심, 속성은 학 씨다. 778년 산동성 임치현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고향의 용흥사에서 출가하였으며, 숭산 소림사 유리계단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안휘성 귀지현 남전산의 남전보원(南泉普願, 748~835) 선사의 문하에 입문하여 법을 이었다. 80세가 될 때까지 지방을 순례하며 여러 고승을 찾아다녔다. 80이 넘어서야 조주성(趙州城) 동쪽 관음원에 머물러 호를 조주라 하였다. 897년 120세로 입적하였으며, 제자들에게 사리를 수습하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기기도 했다.

   120세를 사실 때까지 수많은 일화가 있지만, 차와 연관된 법어를 차 이야기를 하면서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주 스님 은 어떤 수행자가 “불법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차나 마셔라[喫茶去]”라고 대답하였다. “도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도 답은 똑같았다. 갑의 질문이나 을의 질문이나 한결같이 그 답은 ‘차나 마셔라’였다. 그래서 시자가 어느 날 하도 어이가 없어서 “스님은 누구의 어떤 질문에나 왜 모두 한결같이 ‘차나 마셔라’라고 같은 대답만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조주 스님은 그때에도 역시 “차나 마셔라”라고 대답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도는 사람의 삶이다. 차를 마시는 일도 사람의 삶이다. 특별한 뜻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도란 보고 듣고 밥 먹고 차 마시고 하는 일일 뿐이다. 그래서 조주 스님의 도를 이야기하면, 반드시 조주청다(趙州淸茶)를 떠올린다.

   차를 마시면서 도를 안다면 그보다 더 유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차와 도가 둘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요는 차를 어떤 마음으로 마시는가 하는 데 있다. 조주 스님은 차를 마시는데, 보통 사람들은 온갖 망상과 잡념을 마신다. 과거, 현재, 미래의 온갖 세상사를 다 마시고 있다. 자신의 일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일까지 마신다. 그래서 조주 스님은 “차나 마셔라”라고 하였다. 잡념이 전혀 없는 청정하고 텅 빈 마음의 청다(淸茶)를 마신다면, 차로써 도를 알고 행하면서 사는 길이 열린다. 불가(佛家)에 유독 차 이야기가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차를 파는 가게나 거실에 끽다거(喫茶去)라는 족자 하나만 걸어두더라도, 그 주인을 달리 본다. 만약 그 의미를 제대로 안다면 어떻겠는가. 이 글을 지은 당나라 유정량(劉貞亮)이라는 사람도 아마 여기까지 이른 사람일 것이다.

'100편의 명구·무비스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한 것과 좋은 것  (0) 2008.08.13
음차십덕(飮茶十德) 10  (0) 2008.08.13
음차십덕(飮茶十德) 8  (0) 2008.08.13
음차십덕(飮茶十德) 7  (0) 2008.08.13
음차십덕(飮茶十德) 6  (0) 200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