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큰스님 법어집/정통선의 향훈
참선(參禪)의 팔재환(八災患)
팔재환(八災患)…선정(禪定)을 방해하는 팔종재환(八種災患)
우(憂), 희(喜), 고(苦), 락(樂),
심(尋), 사(伺), 입식(入息), 출식(出息)
그 다음은 팔재환(八災患)이라, 이것은 참선하는 분들이 한사코 떼어야
할 장애입니다. 깊은 삼매(三昧)에 들면 팔재환(八災患)은 없는 셈이지만
깊은 삼매에 못 들면 결국은 다 팔재환(八災患)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인고 하면 우(憂)라, 즉 우수(憂愁)라는 말입니다. 참선하다
보면 잠재의식에 있는 우리 의식이 발동하는 때가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때는 그냥 불현듯이 우수에 잠기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참선할 때는 지금 마음만 발동(發動)하는 것이 아니라 금생(今生)에 쓰던
마음이 다 발동하는 수도 있고 또는 과거세(過去世)에 쓰던 마음이 발동하
기도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지도 못했던 우수가 불현
듯이 발동해서 마음이 시름해 오기도 하는 것입니다.
또 희(喜)라, 어떤 때는 생각지도 않은 기쁜 일이 생각나서 허허 웃기도
합니다. 참선할 때 보면 어떤 분들은 그냥 아주 큰 소리로 고성(高聲)을 지
르면서 횡설(橫說)을 터뜨리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것은 지금 현재 심행
(心行), 현재 마음은 그렇지 않지마는, 과거 잠재의식에 기쁜 일이 있으면
그 놈이 발동하여서 그런 것입니다.
다음은 고(苦)라, 다리도 아프고 또는 마음도 괴롭고 여러가지 고(苦)가
옵니다. 우리가 참선해서 습인(習忍)이라, 오랫동안 습관들여 익히게 되면
은 문제가 아니지마는 처음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가 다 아픕니다. 활동하는
분들이 두 시간 세 시간 이렇게 앉아 계시니 아프지 않겠습니까, 숨도 갑갑
하고 말입니다.
불경(佛經)을 보면 '인후개통획감로미(咽喉開通獲甘露味)라' 목구멍이
툭 튀어서 감로수를 맛본다는 것입니다. 보통 참선하는 분들은 다 목구멍이
갑갑합니다. 발부터 머리까지 툭 트인 사람들은 처음에는 없습니다. 오랫동
안 하다 보면 툭 틔어버립니다만 처음에는 갑갑한 것입니다. 따라서 응당
고(苦)를 느낍니다.
또 어떤 때는, 조금 잘 되는 때는, 아주 쾌락(樂)을 느낍니다. 방이 더워도
눈에서 바람이 휙휙 부는 것을 느끼고 또 분명히 바람이 납니다. 눈에서 바
람소리가 날 정도로 바람을 느끼는 것입니다. 가슴도 시원하고 눈도 시원하
고, 밤새껏 눈을 뜨고 있어도 눈의 피로도 모르고 말입니다. 이런 때는 기쁨
을 안 느끼겠습니까, 이런 안락스러운 때가 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도인
(道人)이 못 되어도 오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심(尋)이라, 찾을 심자로서 이것은 좋은가 궂은가 그른가 어떤
가 분별하는 거치러운 마음보고 심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사(伺)라, 우리가 좋은가 궂은가 시비 분별하는 가운데서 조금
더 미세한 것을 살필 사자, 사(伺)라 합니다. 그러니까, 거치러운 분별은 심
(尋)에 해당하고, 조금 미세한 분별은 사(伺)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보통 앉
아보면, 결국은 욕심, 탐심 또는 분별하는 마음 때문에 한 시간 동안 앉아봐
도 보통 거의 다 그걸로 끝나고 맙니다.
그 다음은 입식(入息)이라, 우리가 들이마시는 들숨이라는 말입니다.
그다음은 마지막 출식(出息)이라, 내쉬는 날숨입니다. 참선 해보면 호흡,
이것이 얼마나 원수인가를 알수 있습니다. 호흡이 갑갑하면 그냥 죽을 지경
입니다. 방이나 덥고 습기나 적어 좀 건조해 보십시요. 갑갑해서 참 곤란을
받습니다. 또 콧병이 있으면 참선은 못하고 맙니다. 이런 것이 참선의 팔재
환(八災患)입니다. 이것만 떼면 될 것인데 이것을 못 떼니까 결국 삼매에
못 듭니다.
'삼매(三昧)에 들었다' 하는 것은 이것을 떼어버려야 비로소 삼매에 들었
다 하는 것입니다. '입정(入定)했다. 선정(禪定)에 들었다' 하는것은 이런
것을 완전히는 못 떼어도 거의 떼어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선정(四禪定)이라, 내일이나 모레나 또 말씀을 합니다만, 사선
정(四禪定)에 들어가야 비로소 이놈을 다 떼는 것입니다. 그래야 신통(禪
通)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수(憂愁)를 느끼고, 또는 기뻐하고, 괴로움
을 느끼고, 안락을 느끼고, 또는 거치러운 분별, 미세한 분별, 또는 들이마
시는 숨, 내쉬는 숨, 팔재환을 떼어야 말입니다.
이러한 데서, 또 호흡법이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 마음과 호흡은 항시 상
관(相關)이 있습니다. 호흡이 정화(淨化)되면 마음이 정화되고 마음이 정화
되면 호흡도 역시 정화됩니다. 따라서, 마음 정화시켜서 호흡을 정화시키는
방법 또는 반대로 호흡을 정화해서 마음 정화시키는 방법으로 할 수가 있지
요.
그러기에, 불법에 초보인들이 수행할 때는 이대방편문(二大方便門)이라,
내 몸뚱아리 더럽다고 관하는 부정관(不淨觀)법과 호흡법(呼吸法)의 두 가
지가 우리 불법수행의 이대방편문(二大方便門)입니다. 산란심(散亂心) 많
은 사람들은 호흡법으로 산란심을 다 끊어버리고, 욕심많은 사람들은 이놈
의 몸뚱이가 귀(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욕심이 많은 것이므로 그놈 끊
기 위해서 부정관을 시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이러한 번뇌, 성불을 방해하는 이것이 원수 아닙니까, 이러한 것
을 우리가 파상적(波狀的)으로 하다말다 하다말다, 끊다말다, 하면 결국은
이것이 더 치성(熾盛)합니다. 그러기에 집중적으로 끊임없이 하는 것이 참
선인 셈이지요.
기도를 모셔도, 어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반주삼매(般舟三昧)라, 안자고
안 눕고 계속 하는 것은 어찌 그런고 하면, 이런 번뇌가 하도 강하니까, 강
적을 이길려니까, 안 쉬고 해야하는 것입니다. 쉬었다 또 했다하면 번뇌가
다시 소생(蘇生)하여 온다는 것입니다. 번뇌가 숨쉴 틈이 없도록 하기 위해
서 안 자고 안 눕고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불법에 한번 마음 둔 분들은 항시는 못한다 하더라도,
일년에 한번 정도는 일주일 동안 그야말로 안자고 안 눕고 오로지 번뇌와
마구 싸우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부지런히 공부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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