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스님

[제 4 장] 1. 오종선(五種禪)

通達無我法者 2007. 4. 13. 07:37

 


앞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참선 공부는 오랜 기다림과 끈기가 필요합니다. 단박에 무엇이 이루어지고 무슨 공덕이 나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서 몇 년이고 꾸준히 정진하다 보면 어느 땐가는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공()이 성숙되고 마치 씨앗을 뿌리면 그 종자가 땅 속에서 싹이 나고 꽃이 핀 다음에 비로소 열매를 맺듯이 우리 참선 공부도 그렇게 공을 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종자를 뿌리고 싹이 트고 자라고 익어지고 그래서 여물어진다는 말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승려가 되어서 줄곧 참선만 했고, 참선에 가히 미쳤다고 하는 사람인데도 역시 한 사십이 넘어서니까 비로소 조금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무슨 견성오도(見性悟道) 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인후개통 획감로미(咽喉開通 獲甘露味)라, 목구멍이 툭 틔어서 감로맛을 안다는 말입니다.

 

처음에 참선하는 사람들은 항시 목구멍이 칼칼하고 머리가 근질거리고 몸이 무겁고 그럽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애쓰고 하다보면 미련한 사람도 차근차근 맑아져 옵니다. 그러다가 어느 때 가서는 이 몸뚱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가볍고, 걸을 때도 공중으로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때가 옵니다. 오랫동안 참는 것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따라서 참선은 오랫동안 참는 것입니다. 참고 하다보면 어느 때에 가서 문득 별보고 깨닫고, 바람소리에 깨닫고, 깨닫는 순간은 그야말로 순간인 것입니다. 그런데 보통은 참지 못하고 중간에 그르쳐 버립니다. 그래버리면 그저 참선했다는 것뿐이지, 그 동안의 공은 다 허물어지겠지요. 그러고서 다시 새판을 잡을려면 곤란스러운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평상시에 차근차근 책을 보거나, 누구와 대화를 하거나, 항시 진여불성의 본체를 안 여의면 손해가 없습니다.

 

오종선이라, 참선이라는 것이 순수한 선 하나뿐인 것이지만 중생들의 마음과 정신을 통일하는 쪽에다 관심을 두고 조사 스님들이 풀이한 것이 있으니까 소개를 해드립니다.

오종선, 이것은 도서(都序)에 있는 종밀선사(宗密禪師)의 풀이를 옮긴 것입니다. 오종선이라, 다섯종류의 선이란 말입니다. 외도(外道)가 하는 외도선(外道禪), 또는 범부 중생이 하는 범부선(凡夫禪), 또 소승이 하는 소승선(小乘禪), 최상승선(最上升禪), 이것을 오종선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