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성철스님]본마음

通達無我法者 2007. 11. 21. 17:27

본마음

우리는 모두가 깨끗하고 빛나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천추만고(千秋萬古)에 영원히 변함이 없습니다.
설사 천 개의 해가 일시에 떠올라도 이 빛보다 밝지 못하나니,
이것을 본마음이라고 합니다.

넓고 가없는 우주도 본마음에 비하면,
본마음은 바다와 같고 우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좁쌀 하나만 합니다.

이 본마음은 생각으로도 미치지 못하고 말로써도 형용할 수 없으니,
이러한 보물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영광 중의 영광입니다.
이 마음에는 일체의 지혜와 무한한 덕행이 원만구족하여 있으니,
이것을 자연지(自然智)라고 합니다.

이 자연지는 개개가 구비한 무진장의 보고(寶庫)입니다.
이 보고의 문을 열면 지덕을 완비한 출격대장부(出格大丈夫)가 되나니,
이것이 인간 존엄의 극치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 보고를 모르고 고인들의 조박(糟粕)인 언어,
문자에서만 찾고 있으니 얼음 속에서 불을 찾음과 같습니다.
이 마음은 거울과 같아서 아무리 오랫동안 때가 묻고 먼지가 앉아 있어도
때만 닦아내면 본거울 그대로 깨끗합니다.

그리고 때가 묻어 있을 때나 때가 없을 때나
거울 그 자체는  조금도 변함 없음과 같습니다.
금가루가 아무리 좋아도 거울 위에 앉으면 때가 되어서
거울에는 큰 장애입니다.
그리하여 성현들의 금옥 같은 말씀들도
이 거울에게는 때가 되어 본마음은 도리어 어두워집니다.

그러므로 깨끗하고 밝은 본마음을 보려면
성인도 닦아내고 악마도 털어 버려야 합니다.

더욱이 각 종교의 절대적 권위인 교조들의 말씀은
본마음에 가장 큰 장애와 병폐가 되나니,
불교를 믿는 사람은 석가를 버리고
예수를 믿는 사람은 예수를 버려야 합니다.

그리하여 석가·공자·노자·예수 할 것 없이 성인 악마를 다 버리고
닦아내면 푸른 허공과 같이 깨끗하게 되나니,
이 허공까지 부수어 버려야 본마음을 봅니다.

과거의 성인들을 너무 집착하여 이를 버리지 못하면
본마음에 이보다 더 큰 병폐와 장애가 없으니,
이것을 독약같이 버려야 참다운 지혜와 영원한 자유가 있으며
우리의 본마음을 볼 수 있으니 석가 ·예수·공자·노자를
원수같이 털어 버려야만 합니다.

이들이 본마음에 때가 됨은 악마와 같아서 이를 버리지 못하면
본마음은 점점 더 캄캄하여 집니다.
오직 우리의 본마음을 보기 위하여 석가·예수를 빨리 털어 버립시다.

어허!
석가·예수는 누구인가?
성인 악마 다 잊고서 홀로 앉아 있으니
산 위에 솟은 달은 더욱더 빛이 나며
담 밑에 국화꽃은 향기롭게 짝이 없네.

(1990년 신년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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